-베토벤 사이클 대장정에 대한 청중의 감격스런 오마쥬로 대단원의 마무리

4월 23일 저녁 베토벤교향곡 제9번 합창의 전 악장 연주가 마쳐지자 약속이나 한듯 전 관객이 일제히 일어나 열광의 기립박수를 한동안 보내는 진풍경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졌다.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 페이스북은 이틀째 연주에서 룩셈부르크 필하모니홀에서의 열정적 청중의 반응을 즐겼다고 전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2015년 올 한해 서울 최고 클래식공연으로 기대를 모아온 이반 피셔 지휘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의 4일간에 걸친 베토벤 사이클 시리즈에 대한 서울관객의 감격스런 오마쥬(Hommage)가 그칠줄 모르는 커튼콜로 우리에게 친숙한 베토벤이라는 음악적 풍경을 향해 동행한 진실된 발견의 여행이 압도적 하이라이트의 뜨거운 박수갈채로 피날레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 베토벤 week로 수놓은 이번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 사이클은 폴 얀슨이 지적한 대로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 9개 모두가 비교 불가능할 정도의 걸작으로서 아홉개의 우주라고 불리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의 항해였지만 매일마다 후반부 연주에 특히 비중이 모아지며 독특한 특징들이 이목을 모았다.

▲ 받침 지지대에 올라 성악 배치가 입체적으로 도드란 점이 이채로웠던 이반 피셔 지휘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의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연주장면. (사진: 빈체로)

이번 4일간에 걸친 베토벤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라 꼽을 수 있을 4월23일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에선 이반 피셔의 지휘 비팅과 해석이 흥분해서 몰아붙이는 역동적인 것이 아닌, 극도로 냉정하고 차분함이 유지되는 것이었다. 성악과 합창이 등장하는 4악장에서 "오 벗들이여! 이런 소리가 아니오! 우리 보다 유쾌한 노래를, 기쁨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라고 위엄있는 톤을 과시하기 시작한 바리톤 플로리안 뵈슈부터 받침 지지대에 올라 성악 배치가 입체적으로 도드란 점이 이채로웠다. 보통 한해의 연말 베토벤 합창을 연주하는 국내 연주단체들의 성악이 일렬로 나란히 병렬해 부르는 것과 차별화 요소였다. 합창단마저 Netherlands Radio Choir같은 이반 피셔와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레코딩에 참여했던 오리지널 본토팀이 같이 내한했더라면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오리지널 진수를 감상할 수 있었을 더없이 흔치않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베토벤 교향곡 제6번(전원)과 7번이 연주된 4월 22일 연주에서도 4월 초중반을 장식한 교향악축제 국내 교향악단들의 연주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연주력으로 지휘자 이반 피셔와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가 상호 대등한 등가(等價)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각각 빚어내는 점이 이채로웠다.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베토벤 서울 연주에서 볼 수 있었듯 최근 베토벤 교향곡 해석의 대세가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 한 날렵함인 점에 비춰 스타의식 없이 튀지 않으며 듬직히 정통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이반 피셔의 베토벤이 주목할 만 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4번과 3번(영웅)이 연주된 4월21일 연주에서 이날 특히 로열 콘서트 헤보우의 교향곡 3번 영웅 연주는 흡사 모 철강회사의 광고카피 ‘철이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을 연상시켰다. 소리없이 큰 산을 움직이듯 2012년 가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을 이끈 마리스 얀손스가 격정적인 지휘로 연주 내내 허리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상하좌우로 지휘봉을 흔들던 역동성으로 넘쳤던 것과 대비되게, 철이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듯한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합주력이 기억에 남는다.

베토벤 교향곡 제1번과 2번, 5번(운명)이 연주된 첫날 연주회는 입장 개시부터 계속된 환영 박수가 이어져 세계 톱 퀄리티의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혔고 이날도 후반부의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이 지휘 이반 피셔의 완전히 몸이 풀린 듯한 지휘모션과 4년전 있었던 바렌보임과 중동권 청소년 연주자들로 구성된 서동시집오케스트라보다 완숙미가 돋보인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의 정격연주 스타일을 짙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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