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오페라단의 '일 트리티코'와 누오바 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보고

오페라 ‘라보엠’, ‘아이다’, ‘토스카’등 그간 다수의 오페라 작품들을 많이 감상해왔지만 이번 솔오페라단의 ‘일 트리티코(IL TRITTICO)만큼 신선미가 느껴졌던 오페라를 만났던 공연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어 올해 제6회 대한민국 오페라축제의 한 작품으로 올려진 누오바 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경우도 기존의 라 트라비아타나 투란도트, 라보엠등의 편식과 불균형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국내 오페라계에 자주 무대에 올려지지 않던 작품을 던짐으로써 공연 종료후 관객들로보터 "너무 재미있었다"라거나 "음악 반주도 좋았고 작품이 너무 좋았다"는 평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우선 일 트리티코는 3色의 색다른 무대, 1910년 파리 세느강의 거룻배가 정박한 제방 (외투), 17세 말엽 이탈리아의 어느 수녀원의 석회암의 수도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봄날 저녁 (수녀 안젤리카), 그리고 1299년 피렌체 부오소 도나티의 집 아침 (쟌니스키키)의 작품의 특성에 따라 절묘하게 전환되는 세련된 무대가 신선한 느낌을 줬다. 전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오페라 대작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 작곡가의 작품이나 오페라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솔오페라단의 이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계속 의욕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 작품의 특성에 따라 절묘하게 전환되는 세련된 무대가 신선한 느낌을 준 푸치니의 오페라 3부작 ‘일 트리티코. (사진 무대는 오페라 외투에서 1910년 파리 세느강의 거룻배가 정박한 제방 장면. 솔오페라단 사진 제공)

푸치니의 오페라 3부작 ‘일 트리티코’는 외투, 수녀 안젤리카, 쟌니스키키의 세개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단막 오페라들이 나열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오페라. 스릴러, 멜로드라마, 블랙코미디를 한 무대에서 만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세편의 오페라가 죽음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파리의 세느강에서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으로, 피렌체의 부호의 집으로 옮겨가며 세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옴니버스로 구성돼있는 점이 특징이다. 때로는 행복을 때로는 죽음을 감추어주는 외투, 죽음을 통해서 맺어지는 모자의 애끓는 만남이 클로즈업되는 수녀 안젤리카, 죽음속에 감쳐진 희화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는 쟌니 스키키를 통해 서로 다른 세작품속에서 죽음을 그리고 있는 세가지 시선, 죽음의 존재와 의미가 극이 끝남으로써 비로서 하나로 연결되는 특징을 보여주는 오페라다.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 초청오페라와의 협업 무대로 이뤄진 이번 ‘일 트리티코’에선 첫 작품 외투에서 엘리아 파비안(Elia Fabian)과 루벤스 펠리짜리(Rubens Pelizzari), 리자 호벤(Lisa Houben)등 오리지널 캐스팅들이 초반 무대를 장식, 죠르제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리자 호벤의 성량이 인상적이었다. 화물 운반선의 주인 미켈레가 그의 젊은 아내 죠르제타와 젊은 일꾼 루이지 사이의 사랑을 알게 되어 분노하여 그 일꾼을 죽이게 되는 하룻밤의 이야기가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외투'에 이어 리자 호벤은 수녀 안젤리카에서 안젤리카, 쟌니 스키키에서 라우레타 역도 맡아 인상적 열연을 계속 이어간다.

‘일 트리티코’의 세개의 작품 가운데 푸치니적 오페라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것으로 여겨진 <수녀 안젤리카>는 세상과 떨어진 수녀원을 배경으로 과거가 있어 수녀원에 들어오기 전에 낳았던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번째로 무대에 올려진 <쟌니 스키키>는 부자의 죽음을 둘러싼 유산분배 문제를 코믹하고 물욕에 눈먼 인간들의 모습이 풍자적으로 그려져 가벼운 느낌의 오페레타 같은 인상을 줬다. 이 쟌니 스키키 중에는 대중에게 귀에 익은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아리아가 나와 가장 친숙한 느낌을 줬지만 대사번역등에서 강남등의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원작 오리지널의 감동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향후 지양해야 될 요소로 지적하고 싶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인생을 바라보는 푸치니의 인생론이자 그의 관조적인 철학을 보여주는 고백록으로 평가받는 ‘일 트리티코’를 올린 것을 계기로 국내 무대에서도 자주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나 오페라등 신선한 오페라 작품들이 계속 의욕적으로 올려지는 촉매제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누오바 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이번 제6회 대한민국 오페라축제 기간중 자주 국내 무대에 올려지지 않던 오페라 작품을 무대에 올린 대표적 케이스로서 국내 오페라계의 편식과 불균형을 불식시키는데 일조하며 관객들로부터 너무 재미있었고 음악도 좋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 예술의 전당)

누오바 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도 자주 올려지지 않던 무대를 올린 것의 대표적인 케이스로서 오페라 무대다운 극무대장치의 압권을 보여준 4막등 아름다운 멜로디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당대의 여배우 아드리아나의 기구한 운명을 우아하고 감상적인 멜로디를 극적 전개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각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까지 섬세하게 다루면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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