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빛나고 파워풀”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기성의 틀을 거부”한 말러교향곡 1번

독일 오케스트라의 숨겨진 보석이란 표현이 전혀 무색치 않은 “매우 빛나고 파워풀”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기성의 틀에 안주하지 않는” 말러교향곡 1번(함부르크 버전)이 단원들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NDR 연주의 정밀성을 느끼게 한 매우 인상적 콘서트였다.

지난 5월 26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 Sinfonieorchester Hamburg) 내한공연 이후 펜타톤 클래식스 레이블에서 나온 아라벨라 슈타인바허의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녹음된 음반을 들었고 KBS1에서 5월 31일 일요일 오후 2시10분부터 녹화한 내한공연의 방송연주를 다시 들었다. 연주 실연의 감동을 되새기게 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콘서트홀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역시 클래식 콘서트는 현장 실연의 감상과 감동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 실감케되었다.

▲ 토마스 헹엘브로크와 북독일방송교향악단 아시아투어 첫날의 의욕때문인지 매우 빛나고 파워풀하며 비루투오직한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준 방대한 협주곡 레퍼토리의 아라벨라 슈타인바허(좌측)가 북독일방송교향악단과 협연을 펼치고 있는 장면. (사진: 빈체로)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은 서울 무대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이란 평이한 레퍼토리를 선택한듯 보였지만 NDR의 콘서트 실연은 타성에 젖었거나 진부함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토마스 헹엘브로크와 북독일방송교향악단 아시아투어 첫날의 의욕이 발산된 매우 익사이팅한 것이어서 종이 한장 차이의 독일 오케스트라 연주 수준의 최고 퀄리티를 보는듯 했다. 특히 지난 3월 내한연주를 가진 베를린방송교향악단등이 연초 해외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치곤 다소 미흡했던 것에 반해 올해 방송교향악단들 내한연주중 가장 기대되는 연주라는 평자들의 의견에 상응하는 매우 신선한 연주실력을 들려줬다.

여기에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1악장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한 방대한 협주곡 레퍼토리로 알려진 아라벨라 슈타인바허의 내림활과 올림활의 죽죽 위아래로 꽂는듯한 독특한 운궁법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섬세한 스타일 때문에 사랑한다는 자신의 피력처럼 2악장의 아름답고 섬세함, 그리고 3악장에서의 그녀의 비루투오직한 개성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기 때문이리라. 최근 2015년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출시한 펜타톤 레이블 신보에선 샤를르 뒤투아 지휘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잘 받쳐주며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실연만큼 울림의 진폭 측면에서 넓고 크지 못한 감을 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보다 더 인상적인 연주라는 느낌을 준다.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 단골 레퍼토리였던 말러교향곡 제1번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을 만나고선 첫 내한공연치고는 상당히 신선했다. 이는 그동안 해외 악단의 내한협연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1893년 함부르크 버전이 연주돼 토마스 헹엘브로크가 언급한 대로 아시아 최초의 함부르크 버전 연주에 의해 더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 제1악장과 특히 ‘꽃의 악장(Blumine)’을 2악장에 덧붙여 트럼펫 솔로연주가 도드라지는등 오케스트레이션의 세부적 이동을 시도한 신선함이 인상적이었지 않았나 싶다. 바그너의 로엔그린중 3막 전주곡(Vorspiel zum 3. Akt, Wagner Lohengrin)을 앵콜로 들려줄 때에는 바그너 연주에 있어서 독일 오케스트라의 적자(敵子)같은 생각도 들었다.

최근 내한공연을 가진 취리히 톤할레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직후 공통적으로 느끼던 점은 최소 하루만이라도 더 공연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토마스 헹엘브로크 지휘의 북독일 방송교향악단도 지금도 이 악단의 시그니처로 통하는 브루크너의 최고 권위이자 명해석자로 이름이 높았던 귄터 반트(1982-1990 NDR 음악감독)가 말년에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음악축제에서 볼 수 있었듯 포디엄 위에 그냥 서있는 것 조차 안타까울 만큼 너무 노약한 육체로 그 어떤 연주들보다도 장엄하고 웅대한 브루크너 교향곡을 들려주던 것처럼 중후한 메아리로 관객의 마음을 적시던 브루크너 교향곡등이 추가된 하루만의 더 연주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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