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관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마성을 발휘”

소프라노 홍혜경이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제1막 제2장에 나오는 노래 Brindisi(Libiamo ne'lieti calici: 축배의 노래)를 부르자고 요나스 카우프만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위의 왼쪽 출연자 문에서 재촉하는듯 하자 문득 1991년 11월 플라시도 도밍고와 내한공연을 가졌던 이탈리아의 매력적인 소프라노 루치아 알리베르티가 생각났다.

당시 플라시도 도밍고는 무려 40분이 넘게 열곡 이상의 앵콜곡을 찬조 출연한 루치아 알리베르티와의 축배의 노래등을 포함, 부른 것으로 선명히 기억에 남아있는데 요나스 카우프만도 앵콜곡들이 계속되자 당시의 열기를 재현해주었으면 하는 필자의 마음이 공연이 끝나기까지 말미에 계속 남았다.

이런 열기를 재현해주길 바란 데에는 앵콜곡 토스카중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비롯, 축배의 노래, 타우버의 ‘du bist die welt fuer mich’,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 레하르: 오페라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 다섯곡 모두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며 쏟아낸 열광적 관객의 기립박수와 환호의 열기로 콘서트홀이 온통 전례없이 뜨겁게 휩싸였기 때문이다.

▲ 요나스 카우프만이 공연직후 관객들의 열광적 환호와 갈채에 지휘 요헨 리더가 지켜보는 가운데 손인사를 보내고 있다. (사진: 세라클래식)

성악가의 전성기 연령을 마흔과 쉰 사이로 꼽고 시대를 대표하는 성악가의 최전성기를 국내 무대에서 만난다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는 얘기가 있다. 뉴욕타임스가 ‘오늘날 가장 위대한 테너’라고 극찬한 카우프만이 올해 46세인 점에 비춰 50세때의 전성기 막마지 무렵의 완숙한 기량으로 당시 서울에 온다 만다 하며 국내 성악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다 1991년 처음 내한공연을 가진 플라시도 도밍고의 첫 콘서트도 당시 열기가 대단했었다.

동시대 최고 테너의 전성기 공연을 만끽하기에 손색없었던 요나스 카우프만 내한공연 (6월7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 전당)은 자신의 음반 ‘You mean the world to me’등의 박제된 듯 프란츠 레하르와 로베르트 슈톨츠의 1925년~1935년대의 독일음악이 실려있는 음반에서 느낄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마성의 테너란 평의 생생한 현장 무대에 강한 그의 실력과 외모, 흥행성의  3박자로 ‘포스트 3테너’의 기존 프레임을 새로 깨트린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2007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타계이후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도 몇차례 내한공연을 통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나 세종문화회관등에서 콘서트를 가져온 것을 지켜봐 왔지만 과거 전성기의 기량을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무대를 압도하는 연기로 완벽한 성악가라고 칭해지며 제2의 파바로티와 쓰리 테너에 이은 제4의 테너로 칭송받던 로베르토 알라냐도 만 52세에 이른 터에 이 시대를 정복한 슈퍼스타 테너라는 평답게 요나스 카우프만은 지아코모 푸치니와 아밀카레 폰키엘리, 베르디등의 이탈리아 오페라와 쥘 마스네와 죠르주 비제등의 프랑스 오페라등의 메인과 앙코르곡으로 독일작품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던 내한전 런던에서의 인터뷰 내용 그대로 국내 오페라 관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마성을 발휘했다.

요나스 카우프만은 유투브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 지난해 8월17일 요헨 리더 지휘로 호주 시드니오페라에서 서울 공연과 비슷한 컨셉의 콘서트에서 'Du bist die welt fuer mich', 별은 빛나건만, 'Dein ist mein ganzes Herz'등의 앵콜곡으로 마무리했었다. 이에 앞서 2013년 5월 21일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의 스타츠카펠레 드레스덴과의 바그너 생일 200주년 기념 ‘Wagner Birthday Gala’에 출연한 공연에서 여기서 부른 바그너의 'Rinzi's Prayer Allmachtiger Vater", 'Lohengrin Grail Narration in fernem Land', 'Tannhaeuser's Rome Narration Inbrunst im Herzen'등의 어두운 음색들도 한국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과 환호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찬란한 음색으로 다시 태어났다.

카우프만은 올해 4월 소프라노 황수미등과 내한연주를 가진 세계적 가곡반주자 헬무트 도이치 반주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Winterreise)’등의 가곡이나 독일 아리아들(Deutsche Arien)에게서 듣는 목소리 보다는 곡의 성격상 확실히 이태리와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들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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