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브뤼헨 자리의 아쉬움없는 과한 포장 걷어낸 담백한 음색”

고전시대의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의 클래식 만찬을 통해 진짜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연주를 만났을 시간으로 기억될 음악회였다.

20일(토)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18세기 오케스트라(지휘: 케네스 몽고메리)는 설립 지휘자인 프란스 브뤼헨이 18세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유투브 동영상들을 보면 정말 오케스트라의 마법의 숨결을 불어넣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런 브뤼헨이 지난해 8월 타계해 이번 서울 연주회에 동행할 수 없어 한편으론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브뤼헨의 자리를 채워준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케네스 몽고메리와의 18세기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무르익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지난달 5월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이후 톱 퀄리티의 고음악 악단의 밸류가 다시 한번 그대로 전해져왔다.

18세기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과한 포장을 걷어내 심플하고 담백한 원래의 해석에 의해 밝고 맑은 톤의 음을 되살리는 그런 음색이었다. 그래서 개량되지 않은 옛 악기로 옛 음악을 연주해 비브라토(악기 연주나 성악에서 악기의 소리나 목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법) 같은 기교가 적고 소박하다는 느낌, 따뜻한 느낌을 이 18세기 오케스트라 시대악기 연주단체에 의해 많은 청자들이 공감했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점은 공연전 해설자가 코멘트한 대로 i)18세기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이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기 보다 앙상블과 같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 ii) 지휘자와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해 공연장의 큰 악보 거치대를 사용하기 보다 관객과의 소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작은 악보받침대마저 유럽에서 직접 갖고 왔다는 것, iii) 본디 첼로뒤에 더블베이스가 배치되는데 당시의 기록을 고증해 왼쪽에 콘트라베이스가 오른쪽에 첼로가 위치토록 해 따뜻한 음색을 만드는데 상당히 효과적 배치에 신경을 썼다는 것등이 이런 음색을 낳는데 기여했으리라 여겨진다.

이런 시대악기 연주에 의한 18세기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프란스 브뤼헨이 개량악기로 연주하는 Radio Kamer Filharmonie와 베토벤 심포니 No.2를 연주할 때의 음색과 브뤼헨이 18세기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심포니 No.3와 No.5를 지휘할 때의 음색 차이에서도 감지돼 흥미로왔다.

18세기 오케스트라의 고전시대의 진짜 하이든을 듣는 기분은 이 악단이 첫곡으로 연주한 하이든 교향곡 104번 "런던"의 1악장에서부터 체감됐고 몽고메리의 열정적 맨손 지휘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며 브뤼헨이 아꼈다는 벨기에 출신의 소프라노 일제 에렌스는 청색 드레스의 여신처럼 등장, 오페라 <무모한 기인>의 삽입곡 모차르트 -'신이시여, 내 이야기를 들어주소서,' KV. 418를 예전의 서울시향 말러교향곡 4번에 나와 불렀던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리릭 소프라노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스처럼 맛깔스럽게 불렀다.

'신이시여, 내 이야기를 들어주소서'는 오페라 <무모한 기인>의 제1막 마지막 장면에 삽입돼 주인공 칼란드로 후작이 친구인 리파베르데 백작을 통해서 약혼녀 클로린다의 정절을 시험해보려는 내용인데 소프라노 에렌스는 이 아리아에서 백작의 구애에 동요하던 클로린다가 백작의 신부가 나타나자 갈등하면서도 애써 백작을 떠나보내려는 내용을 부른다.

후반부에 18세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7번은 7번의 특징이 베토벤의 그 어떤 교향곡보다 에너지와 활기가 넘치고 특히 4악장이 쉬지않고 몰아치며 정신없이 연주해 베토벤 교향곡 모든 악장중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악장이라는 평가에도, 18세기 오케스트라의 특징이랄 수 있는 오히려 기교가 적고 소박하고 따뜻한 정감이 전달된 그런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연주였다.

고양과 서울, 대전의 여러 연주회장에서 각기 다른 레퍼토리들을 선보여 18세기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국내 클래식팬들이 접할 수 없었던 이 악단의 실체와 그 예술의 정수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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