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보는 낮은 지휘대와 미하엘 잔데를링의 훤칠한 키의 신선한 해석

6월 26-27일 양일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백건우& 드레스덴필 내한연주는 2년전 2013년 10월 30일 첫 내한공연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의 지휘등을 통해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미하엘 잔데를링의 신선한 해석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잔데를링은 평단의 의견대로 특히 과장없이 세심하고 정밀하게 음을 만들어가는 지휘는 돋보였으나 올해 48세인 지휘자로서의 카리스마적 요소가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할 듯 여겨졌던 연주회이기도 했다.

이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드레스덴필하모닉을 수석지휘자로서 이끌었던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가 세계 최정상 악단들을 오랫동안 조련한 경험과 카리스마를 이식해 악단의 가치를 한껏 높이며 군웅할거의 독일 오케스트라 시장에서도 독특한 위상을 점유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에 대비해서 그렇다.

▲ 백건우 & 드레스덴필하모닉 내한공연은 백건우의 건반 위의 구도자적 포스가 27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 연주에서 전날보다 두드러지게 묻어났다. (빈체로 사진제공)

백건우 & 드레스덴필하모닉 내한공연은 백건우의 건반 위의 구도자적 포스가 27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 연주에서 전날보다 두드러지게 묻어났다. 백건우-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프로젝트의 시동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연주회가 협연이 아닌 백건우만의 콘서트로 꾸며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자아내게 3년전 하루에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 4번을 연속해 연주했던 루마니아의 정상급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3,4번을 대비해가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의 친숙한 멜로디의 향수를 더 느끼게 하던 베토벤 피아니즘 연주회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피아노의 구도자로서 한 작곡가의 모든 곡을 연주하는 전곡 연주가 백건우의 트레이드 마크이며 2015년 베토벤 협주곡에 뛰어들며 청중과의 교감을 가장 중시하는 백건우의 피아니즘을 감상하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백건우가 선사한 첫날의 앵콜 포레의 무언가 No.3나 이튿날의 슈만 피아노소타나 No.1-3rd Mov.도 백건우의 구도자적 피아니즘을 덧칠하는 느낌이었다.

전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의 연주가 잔데를링이 언급한 대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과의 연결고리로 벨벳같은 백건우의 터치가 그대로 드러나 지휘 잔데를링과 깊은 포옹을 나눌 만큼 진한 피아니즘을 선사한 것은 올해 백건우 피아노협주곡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높히게 하는 대목이었다. 백건우는 오는 11월 23일 발레리 게르기에프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를 뮌헨필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국내 팬들앞에 펼쳐 그의 장기인 깊은 성찰을 통해 한 작곡가의 곡을 탐구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프로젝트를 이어간다고 한다.

드레스덴필의 음색은 담백한 동독 특유의 색조여서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와 베토벤의 차이를 말 그대로 눈앞에 그려 보이겠다고 한 잔데를링의 해석이 무대에서 펼쳐졌다.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할 때는 브람스가 전통적으로 지키려고 하고 특히나 드레스덴에서 보존이 잘 된 독일 사운드에 집중하며 서정적이고 중후함을 담으려고 한 해석과 낭만적이면서도 최저음에서 깊게 어두운 소리를 내는 브람스와는 상반되게 베토벤의 작품들은 간결하고 한 음 한 음 확실하게 들리게 하며 오케스트라 배치에 따라 육안으로 이 두 스타일의 차이가 확연하게 보일 것이라는 말을 실증해보였다. 드레스덴필은 앵콜곡으로는 첫날에는 엘가의 수수께기 변주곡중 님로드, 이튿날에는 롯시니의 윌리암텔 서곡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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