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댄스와 유연한 스윙감, 성숙의 연륜 입혀진 재즈 디바의 끼”

개인적으로 로라 피지의 역동적 공연 현장을 함께 한 것은 10년전 2005년 8월 COEX에서의 공연 때였다.

“아직도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고 재즈 디바 로라 피지는 말했다고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5년 지난 7월 22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녀가 국내의 재즈 파크 빅 밴드와 가진 재즈공연은 감미롭고 허스키한 목소리에다 때로는 라틴 댄스의 몸으로 재즈를 노래하는 모습으로 25주년 기념공연다운 매우 흥미로운 재즈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날 로라 피지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2부 말미의 ‘Quizas Quizas Quizas’를 꼽을 수 있을 만큼 관객을 전부 일어서게 하며 청중과 함께 한 재즈공연이다. 관객과 소통하는 걸 즐긴다는 로라 피지는 계속 관객과 소통을 시도하며 음악에 맞춰 박수 대신 손가락을 튕기라고 하거나, 일어나서 함께 춤을 추자고 하며 관객이 잘 따르면 "최고! 잘했어요!"라며 엄지를 들어올리곤 했다.

▲ 라틴 댄스와 공연내내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 유연한 스윙감, 과거에 비해 더 성숙해지고 연륜이 입혀진 재즈 디바의 끼가 빛을 발한 공연을 선사한 로라 피지의 내한공연 장면. (사진: CBS 공연기획센터)

국내의 떠오르는 대표적 재즈 싱어들인 나윤선이나 웅산등의 재즈 공연이 다분히 얌전한 편에 속한다면 로라 피지의 재즈 공연은 밸리 댄서의 어머니 영향을 받은 라틴 댄스와 공연내내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 유연한 스윙감, 과거에 비해 더 성숙해지고 연륜이 입혀진 재즈 디바의 끼가 빛을 발한 공연이었다고 해야겠다. 특히 공연할 때 강약 템포 조절에 많이 신경 쓰며 관객을 사로잡으려 노력하는 점이 돋보이는등 관객을 휘어잡는 무대 장악력이 매우 뛰어난 느낌이었다.

로라 피지는 첫곡이 끝나자 ‘Hello, Korea!’, ‘I missed you’, ‘I am happy to perform here again with beautiful songs’등의 코멘트로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1955년생으로 만 60세를 맞는 로라 피지의 10년전의 역동적 울림은 ‘Night and day’, ‘Smile’, ‘Let there be love’, ‘Bewitched’, ‘I will wait for you’등으로 이어지는 1부 초반의 감미롭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로맨틱한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무대뒤의 뒤바뀌는 그림 풍경들로 해서 잘게 부서져갔다.

‘C’est si bon’에서 “시봉 시봉”을 관객으로 하여금 따라부르도록 하는 관객 참여형 파티를 유도한 로라 피지는 ‘Fly me to the moon’은 불어로 불러 색다른 맛을 선사했고 볼을 맞대고 당신과 춤을 추면 가슴이 뛴다는 사랑스런 노래 ‘Cheek To Cheek’에서는 원맨쇼의 전형을 보여줬다.

2부에서는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로라 피지의 시원한 메들리 Heatwave Medley(Heatwave, Eternal Flame, Triste, For Once in My Life)로 시작돼 감미로운 포루투갈어로 부르는 ‘All Of Me’가 브라질풍의 춤과 어울렸다. 이날 로라 피지는 2012년 2.28-29일과 2013년 6월 29일 구리아트홀에서도 내한공연을 함께 한 국내의 재즈 파크 빅 밴드(지휘 최우역)와 처음부터 공연 전곡의 호흡을 맞췄는데 보통 녹음과 투어를 같이한 정규 멤버와 함께 하기를 원하는 것에 반해 즐기는 마음으로 국내의 재즈 파크 빅 밴드와 호흡하며 멋진 공연을 꾸며가는 것도 로라 피지의 인상적 한 단면이었다.

이제 우리 나이로 환갑을 돌아서게 된 로라 피지의 최고의 순간은 나이가 점점 먹어가면서 최고의 재즈 디바의 역량을 못 보여줄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이번 로라 피지의 재즈 디바 내한공연은 공연후 그녀가 “밴드도 훌륭하고, 관객들도 좋았고. 이 장소(세종문화회관)도 그렇고 전부 만족스러웠다. 최고였다”고 피력한 대로 그녀의 최고의 순간 한 단면을 보여준 여름날의 추억을 선사한 어느 멋진 칠월의 저녁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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