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도짙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 연말 송년 합창을 더욱 기대케 만들어”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야외 파크의 어둠이 더욱 짙어지면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지휘 및 서울시향의 연주 사운드, 합창의 농도가 더욱 짙어져갔다.

야외 파크에서 멍석을 깔고 앉거나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며 듣는 파크콘서트. 국내에서 올해 6회째를 맞은 크레디아 파크콘서트는 전반부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에선 다소 음향상의 불안정이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런 면에선 후반부에 연주된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초가을의 상긋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야외 파크에서 경험케 함으로써 보통 연말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것으로 인식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감상의 새로운 체험을 준 기회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9월 6일 일요일 저녁 올림픽공원 야외 파크에서 열린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는 한편으론 서울시향을 위해선 예술감독 정명훈이 더욱 나은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함을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 깊이있는 연륜의 첼로 선율과 중심축을 잡으며 오랜 연륜의 선율을 풀어내는 미샤 마이스키 연주가 인상적으로 꼽을 만 했던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 연주 장면. (사진: 크레디아)

사실 서울시향만큼 외국의 객원 지휘자를 많이 활용하는 단체도 드물 듯 하다. 외국 객원지휘자의 활용은 판에 박힌 국내 지휘자들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휘스타일에 적응케함으로써 단원들의 연주 능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데 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음악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상임지휘자와 예술감독의 부재는 중추적 역할의 부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근 서울시향 단원들이 정명훈 예술감독에 대한 신뢰와 지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 무대에서도 그 신뢰와 결속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야외무대에서의 음향조건은 애초부터 예술의 전당등의 콘서트홀에서의 음향조건과 비교될 수가 없을 만큼 사운드가 응집되지 못하며 퍼져나가는 악조건을 안고 있다. 올림픽 공원 야외 파크에서의 음향조건 역시 처음부터 소리가 뚱하게 울리는 단점을 노출하며 시작됐는데 이런 악조건의 음향은 이날 2부에서 서울시향과 정명훈이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서는 문제가 안될 정도로 짙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농도와 연주 분위기가 연출됐다.

연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송년 콘서트로 매년 열리는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연주가 기다려진다는 관객들의 코멘트가 야외 파크를 나오는 여기저기서 들려 이날의 합창의 열기가 관객들에게도 야외에서 듣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새로움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명훈 파크콘서트>는 1부에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 시대 최고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함께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를 꾸몄다.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에선 미샤 마이스키의 깊이있는 연륜의 첼로 선율과 중심축을 잡으며 오랜 연륜의 선율을 풀어내는 미샤 마이스키 연주가 인상적으로 꼽을 만 했다. 그렇치만 역시 야외콘서트의 응집효과가 다소 부족해 음악적 감동을 전했다기 보다 소슬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초가을의 일요일 저녁을 야외콘서트에서 즐겼다는데서 위안을 찾아야 할 듯 싶다.

‘크레디아 파크콘서트’는 세계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인 BBC프롬스, 런던 하이드파크, 뉴욕필 센트럴파크, 베를린필 발트뷔네 콘서트와 같이 세계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보다 많은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시작된 대한민국 대표 야외 클래식인데 흔들림 없는 정명훈의 지휘와 서울시향의 건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수확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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