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에서 발매된 발렌티나 리시차의 쇼팽과 슈만 에튀드 음반(Valentina Lisitsa Etudes, Chopin & Schumann)과 'Valentina Lisitsa plays Liszt' 음반을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3월 21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발렌티나 리시차 피아노 리사이틀은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발렌티나 리시차의 쇼팽의 '24개의 에튀드'를 들을 수 없는등 그녀의 건강상 문제로 프로그램들이 많이 바뀌어 진행됐다. 이런 건강상의 이유로 3월 18일 당초 예정돼있던 용인 포은아트홀에서의 공연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 여검투사의 모습으로 열렬한 박수로 입장하는 모습부터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의 괴력의 세시간이 넘는 공연으로 관객들을 다시 홀린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사진: 오푸스)

이런 아쉬움 때문에 집에 돌아와 그녀의 쇼팽 에튀드 음반을 들어보니 초절기교의 피아노 연주의 향연이 펼쳐져 쇼팽 에튀드가 화려하고 동적이라면 슈만 Symphonic Etudes는 좀더 정적인 선율들로 콘서트홀 현장에서 실연을 들을 수 없었던 아쉬움이 더욱 묻어났다. 'Valentina Lisitsa plays Liszt' 음반 역시 예전에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리스트의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단단한 테크닉, 깊은 예술성에 기반을 두고 즉흥적이고 순간에 충실한 발렌티나 리시차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발렌티나 리시차는 2년전 내한공연 때도 그랬지만 3시간이 넘는 공연의 괴력, 두번의 인터미션, 한 피아니스트가 이틀에 걸쳐 소화할 레퍼토리들을 하루에 해치우는 리사이틀로 이번에도 에프게닌 키신 못지않은 긴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의 행렬및 사진을 찍으려는 셀카폰과 휴대폰이 사방에서 터지는 열기등으로 오후 5시에 시작된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은 밤 10시반이 지나서야  종료됐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이와 열정의 귀환이란 타이틀이 무색치않게 여검투사의 모습으로 열렬한 박수로 입장하는 모습부터 발렌티나 리시차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의 괴력의 세시간이 넘는 공연으로 관객들을 다시 홀렸다.

이날 변경 연주된 곡목들은 Beethoven Piano Sonata Op.31-2, Tempest와 슈만의 Symphonic Etudes, 첫번째 인터미션후 브람스의 Piano Piece Suit와 리스트의 Hungarian Rhapsody, 다시 두번째 인터미션후 리스트의 Sonata B minor와 쇼팽 에튀드 일부가 연주됐다.

두번째 브람스 Piano Piece Suit에선 봄날을 맞는 나른한 환영 같은 것을 떠오르게 하던 발렌티나 리시차는 리스트의 헝가리안 랍소디에선 빠른 속주가 앞서의 나른함을 벗어 던지게 했다. 세번째 연주타임의 리스트의 Sonata B minor와 쇼팽 에튀드 일부 연주는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듯한 선율로 3시간 넘게 이어지는 지구력을 요하는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발렌티나 리시차가 앵콜로 들려준 쇼팽의 에튀드들 Op. 10 #3, Op. 10 #5, Op. 10 #12, Op. 25 #1, Op.25 #9, Op. 25 #12및 마지막 관객의 신음을 낳게 한 리스트 La Campanella 역시 휴식과 위안을 주기에 손색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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