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 무척이나 넓은 땅을 가진 노인이 살았다.
노인에게는 자식이 없었지만, 친자식같이 노인을 보필하는 두 명의 조카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어느 날 노인은 조카 둘을 불렀다.
“너희도 잘 알다시피, 이젠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 내가 가진 땅을 돌볼 기력이 없구나. 그래서 이 땅을 너희 둘 중 하나에게 물려주고 나는 남은  여생을 편안히 보낼 생각이다.”
조카들은 놀라는 얼굴로 사양하였지만 노인의 결심은 확고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이처럼 넓은 땅을 마련했다. 그래서 난 내 땅을 너희 둘 중 농사를 잘 짓는 아이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내가 애써서 가꾼 땅이니 다음 주인도 열심히 가꿀 줄 알아야 하지 않겠니. 내가 곧 너희에게 땅을 조금씩 나누어줄 터이니 너희들이 그곳에 농사를 지어보아라. 수확을 많이 해오는 자에게 내 땅 모두를 물려줄 것이다.”
노인은 변두리에 있는 밭으로 두 조카를 데리고 갔다.
그 밭은 돌들로 가득 찬 황무지였다.
“너희도 봐서 알겠지만 이 땅은 아직 개간하지 않은 황무지다. 이 땅에서 누가 농사를 지어보겠느냐?”
노인이 묻자 조금 나이 많은 조카가 노인에게 불평을 했다.
“돌만 가득한 이 땅에선 아무것도 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 농사를 지으라고 하십니까?”
조카의 불평을 듣고도 노인은 자상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나이 어린 조카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볼 테냐?”
그러자 어린 조카는 흔쾌히 고개를 끄떡였다.
노인은 이번엔 두 조카를 데리고 잡초가 무성한 밭으로 갔다.
“보면 알겠지만 이 땅은 오래 돌보지 않아서 잡초만 무성하단다. 네가 이 땅에서 농사를 지어볼 테냐?”
노인이 나이 많은 조카에게 묻자 그는 황무지보다는 잡초 밭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겠노라 하였다.
노인은 일 년 뒤 그들이 수확한 농작물을 팔아서 얻은 결과를 보고 재산을 물려주겠노라고 말한 뒤 두 조카를 돌려보냈다.
일 년이 지나, 노인은 두 조카를 불러들였다.
“그래, 너희 둘이 농사지어 벌어들인 돈을 내놓아 보거라.”
나이 많은 조카는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채 변명만 늘어놓았다.
“제가 농사를 짓기로 한 잡초 밭엔 그 어떤 작물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한 푼도 벌수가 없었습니다.”
조카의 변명에 노인은 빙긋 웃기만 하였다.
그리고 어린 조카에게 물었다.“그래, 너 역시 한 푼도 벌지 못하였느냐?”
그러자 어린 조카는 품속에서 제법 큰 돈주머니를 꺼내 노인 앞에 내놓았다.
“이것이 제가 황무지에서 농사를 지어 번 돈입니다.”
그것을 본 나이든 조카는 이러다간 땅을 물려받지 못할까 싶어 황급히 노인에게 불평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공평하지 못합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잡초 밭에서 농사를 짓게 하고 저 아이는 농작물이 잘 되는 옥토에서 농사를 짓게 하다니요. 이것은 처음부터 제게 불리한 경쟁이었습니다.”
그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카의 말을 수긍하였다.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그럼 이번에 서로 땅을 바꾸어 경작을 해보거라. 내 땅은 지금처럼 농사를 지어 일 년 뒤 더 많은 돈을 벌어온 자에게 물려주겠다.”
노인은 두 조카를 돌려보냈다.
나이 많은 조카는 기쁜 마음으로 어린 조카가 농사를 짓던 황무지로 달려갔다.
‘동생 녀석이 분명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들어놓았을 테니 난 그곳에 아무것이나 심으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러나 황무지에 도착하였을 때, 큰 기대를 가지고 달려간 나이 많은 조카는 놀라고 말았다. 그 황무지는 일 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돌투성이 밭 그대로였던 것이다.
나이 많은 조카는 그 황무지에서 아무것도 키우지 못하고 꼬박 일 년을 그냥 보내고 말았다.
일 년 뒤 두 조카는 다시 노인 앞에 불려갔다.
“일 년 동안 농사짓느라 수고들 했다. 이제 일 년 동안 번 돈을 내놓아보거라.”
노인의 말에 나이 많은 조카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채 투덜거리기 시작하였다.
“돌투성이 돌밭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한 푼도 벌지 못하였습니다.”
나이 많은 조카의, 일 년 전과 똑같은 대답을 들은 노인은 자상한 얼굴로 어린 조카를 보며 물었다.“그래, 너 역시 한 푼도 벌지 못하였느냐?”
어린 조카는 일 년 전과 마찬가지로 품속에서 제법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놓았다.
“이것이 제가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어 번 돈입니다.”
그 모습을 본 나이든 조카는 어린 조카가 속임수를 쓴 것이라고 노인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자 노인은 어린 조카에게 물었다.
“얘야, 넌 돌이 가득한 황무지에서 무엇을 키웠니?”
“예, 저는 그 돌밭에서는 약초가 잘 자랄 것 같아 약초 씨를 뿌려두었습니다. 그래서 일 년 후 양질의 약초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노인은 어린 조카의 대견함에 어깨를 두르려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잡초가 무성한 잡초 밭에도 약초를 키웠더냐?”
그 물음에 어린 조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잡초 밭에는 약초가 자라지 않을 것 같아 잡초처럼 생명이 강한 풀씨를 뿌렸다가 그것을 거둬 건초로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 대답에 나이 많은 조카는 후회를 했지만, 땅은 이미 어린 조카에게 넘어간 뒤였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못하는가를 찾으려 인생을 소비한다. 하지만 성공한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가를 찾으며 인생을 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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