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지시 주석을 충실히 정석대로 따르며 특유의 달콤한 펄만 톤을 느끼게 해”

공연장의 팽팽한 긴장감이 팽배했던 전반부와 국내 무대에서 이차크 펄만의 전매특허가 되다시피한 후반부 현장에서 발표돼 연주되는 곡들의 흥미로움이 가장 빛나는 비르투오소의 빛나는 70년을 보여준 무대였다.

지난 11월 15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이차크 펄만 바이올린 리사이틀의 특징은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의 연주등을 통해 Allegro(빠르게), Adagio molto espressivo(아주 천천히 생동감있게), Allegretto(조금 빠르게) 같은 이차크 펄만의 비브라토 주법으로 많이 알려진 폭넓은 비브라토보다 이같은 연주 지시 주석을 오히려 충실히 정석대로 따르면서 특유의 달콤한 펄만 톤을 느끼게 하는 연주였다고 평가할 만 하다.

폭넓은 비브라토보다 연주 지시 주석을 충실히 정석대로 따르면서 특유의 달콤한 펄만 톤을 느끼게 하는 연주를 들려준 이차크 펄만의 바이올린 리사이틀 내한공연 장면. (사진: 크레디아)

이차크 펄만은 이상적인 공연에 대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제가 어떤 악절을 어떠한 방식으로 연주하고 싶을 때 머리속에 그렸던 대로 연주가 되었을 때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그의 생각이 그대로 구현된 듯 했다.

전동스쿠터를 타고 주루룩 미끄러지듯 무대 중앙에 나와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실을 뽑아내는 듯한 연주가 전반부에서부터 인상적인 느낌으로 남아있다. 40-50대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내한무대도 자주 접해 왔지만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 Op. 9, No.3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70년의 이차크 펄만의 바이올린 결이 담겨있었다.

청중의 귀에 가장 익은 베토벤 소나타 제5번 F장조, Op. 24, ‘봄’에서는 바이올린의 가녀린 음색과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의 굵은 음정과 화음이 절묘히 어우러졌고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G장조 II악장 블루스. 보통 빠르기로에서는 피치카토 주법이 가미돼 흥미를 더했다.

이차크 펄만 특유의 재치가 반영된 방식으로 이제 한국관객이 이차크 펄만 바이올린 공연에서 가장 호기심있게 기다리는 것은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과연 어떤 곡목이 발표되고 연주될 것인가 하는 것. 2013년 10월 내한 바이올린 연주회에서도 크라이슬러의 소품 3곡을 비롯해 존 윌리엄스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테마 등 소품 6곡과 앙코르곡 바지니의 ‘고브린의 댄스’를 연주했던 이차크 펄만은 이번에는 F. Kreisler의 ‘Sicilienne & Rigaudon’, 베버의 ‘larghetto’, Isaac Albeniz의 ‘Sevilla’, 존 윌리엄스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테마곡, 프로코피예프의 ‘March’,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1번, Henryk Wieniawski의 ‘caprice’를 즉흥으로 공표, 흥미를 고조시켰으며 관객의 호응이 가장 컸던 존 윌리엄스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테마곡에서의 애잔한 선율과 마지막 앵콜곡 비에니아프스키의 카프리스에서의 경쾌한 바이올린의 울림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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