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뮌헨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의 말미, 1분여 넘는 깊은 정적으로 소리없는 깊은 감동”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뮌헨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의 말미. 1분여 넘는 깊은 정적은 소리없는 깊은 감동을 청중에게 스며들게 했다.

늦가을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했던 독일 셋 관현악단, 정명훈과 슈타츠카펠레, 콜롬비아 출신의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지휘의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뮌헨필의 이틀 간격으로 열린 연이은 내한공연이 막을 내렸다.

관현악곡들의 연주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 연주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뮌헨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의 연주가 세 연주단체들의 교향곡 연주들중에서 가장 꼽을만 했다.

▲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러시아적으로 체화된 뮌헨필을 연주하고 있는 장면. (사진: 빈체로)

필자는 2012년 11월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의 두차례 내한공연과 2013년 4월말 로린 마젤과 뮌헨필의 각각 두차례의 내한공연을 운좋게 실연으로 다 감상한 행운을 갖고 있다. 2012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브람스교향곡 2번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교향곡 5번등 압도적 레퍼토리들의 향연이 기억에 남는다.

2013년 4월의 뮌헨필 공연은 코리올란 서곡과 베토벤 교향곡 4,7번의 독일 정통 사운드와 이튿날의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으로 다채로운 색채감의 대비를 보여줬던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11월 2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뮌헨필 공연은 본토 러시아악단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을 듣는 듯한 1악장부터의 연주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뮌헨필을 전임 로린 마젤보다 더 러시아적으로 잘 조련시켰구나 하는 느낌으로 꽉찬 감상분위기였다.

게르기예프는 3년전 손가락으로만 지휘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오른쪽에 지휘봉을 잡고 왼손을 떨며 지휘하는 독특한 지휘가 이목을 끌었고 3악장의 근육질이 육중하게 버걱버걱대는 듯한 사운드의 감동과 특히 4악장 끝의 한동안의 깊은 정적은 연주단체와 청중이 함께 만든 깊은 감동을 창출했다.

서울시향의 정명훈 감독이 외국 내한연주단체의 지휘를 맡은 것을 실연으로 감상한 것은 2013년 9월25일 라디오프랑스필 내한연주때였다. 첫날보다 관객이 좀 적었던 이날 정명훈과 라디오프랑스필은 더 격렬함을 기대했으나 이튿날도 휘몰아치는 광폭의 느낌은 없던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모음곡, 프랑스풍의 물컹한 연주로 팔레트위에 펼쳐지는 은은한 색채감의 라벨의 라발스, 저음의 오르간의 울림으로 마무리됐던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의 기억들이 남아있다.

필자는 이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정명훈 지휘는 지인 초청으로 현대 아산 정주영회장 100주년 탄신기념회때 참석했는데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지휘에 내심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3년전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흥분한 관객의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찼던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서다.

하지만 정명훈의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의 지휘는 마리스 얀손스의 격정적인 좌우 위아래를 흔드는 상당히 역동적이었던 지휘에 비해 정적인 것이 돼버려 영웅적인 것이 돼야할 흥분은 없었다는게 솔직한 고백이다.

11월 21일 공연을 가진 에스트라다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메인 교향곡 연주곡이었던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은 해외 악단의 내한공연에서 식상하도록 연주되던 교향곡 1번 ‘거인’ 탓에 인상적인 신선감은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새로 맡은 남미계 젊은 피의 수혈로 많은 기대가 모아졌으나 남미계의 선두격인 LA필의 구스타보 두다멜이 성공적 연착륙을 한 것과 달리 에스트라다가 클래식의 중심도시 빈에서 주가가 치솟고 있다는 평에도 불구,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체화된 색깔을 내기에는 아직 이른 느낌이어서 올해 3월 내한공연을 가졌던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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