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보고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나오는 유명한 곡들인 ‘Die Frist ist um’, ‘Senta’s Ballad’, ‘Sailor’s Chorus’등을 다시 들으니 지난 11월 20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한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감흥이 다시 새로워온다.
최근 바그너 콘체르탄테를 들은 것은 2014년 9월 단막극 서울시향의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과 올해 5월 역시 서울시향의 바그너II ’발퀴레‘를 통해서였다. 이런 콘체르탄테는 바그너 음악극 오페라 무대가 아닌, 오케스트라 반주에 의해 바그너 주역가수들이 무대장치 없이 콘서트 무대에서만 노래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막 오페라 무대가 주는 감동은 있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1월 20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국립오페라단의 기량을 보여줬다는 공연 전후의 평들에서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올려졌던 파우스트나 국내초연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보다 더 관심이 쏟아졌던 듯 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최근 국립오페라단등 국내 오페라단의 무대에 올려지는 외국 원작의 국내 무대는 대부분 일부 캐스팅만 내한해 협업하는 형태로 이뤄져 국내 오페라단 수준을 이처럼 끌어올린 국립오페라단의 노력도 박수를 받아야 하나 국립오페라단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역시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2막1장에 등장하는 Spinning Chorus나 3막1장에 나오는 Sailor's Chorus등에서 국내 스태프들이 부르는 합창이나 연기가 바이로이트등 오리지널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분위기를 느끼게 할 수 없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더욱이 11월20일 달란트역으로 출연하기로 되어있던 바이로이트의 영웅 연광철이 출연하기로 돼있던 일정도 교체되는 바람에 필자는 바이로이트 현지 오리지널 같은 프로덕션 제작의 부재와 연광철 부재라는 두가지 상념에 공연내내 휩싸였다.
바이로이트의 영웅 연광철이 출연했던 18일등의 무대에 대해 오페라 평론가들의 리뷰를 보면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 흠 없는 가창과 발음, 여유만만하면서도 신중하고 치밀한 연기로 연광철의 국내 무대 출연을 고대해온 오페라 관객에게 큰 기쁨을 주었고 연기와 가창 모두 완벽에 가까웠던 연광철의 달란트는 프로덕션의 격을 높인 일등공신이었으며 시작부터 안정된 발성으로 깊은 곳에서 울리는 묵직한 저음과 낭랑하게 전달되는 중음역대의 가창을 들려줘 무엇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연기로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속물스러운 선장을 잘 그려내 명불허전의 연기였다는 그의 부재는 더욱 아쉬웠다.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북유럽 전설을 바탕으로 한 하이네의 <Herr von Schnabelewopski>를 기초로 바그너가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직접 대본을 썼다고 한다. 네덜란드인이 영원히 바다 위를 방황하게 되는 저주 내용은 원작과 같지만 네덜란드인과 생사를 같이할 여성을 만나면 저주가 풀린다는 내용은 바그너가 새롭게 추가해 바그너는 이로써 여성에 의한 구원사상을 표현하려 했다. 그러나 홀랜더 유카 라질라이넨과 젠타 역의 마누엘라 울의 만남 과정이 극적이라보다 지극히 작위적이게 여겨졌던 것은 필자에게 이날 오페라 무대의 흠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였다.
국립오페라단이 1974년 국내 초연이후 42년만에 올렸다는 국립오페라단 2015-16 시즌 레퍼토리의 하이라이트이자 2015년 대한민국 오페라 무대 최고의 기대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20세기의 남부 해양을 항해하는 고래잡이 배로 무대가 설정돼 출발은 좋았다. 장중한 음악과 함께 스크린 화면에서 거대하게 밀려오는 파도의 쓰나미와 함께 가슴이 격해오며 묵직하고 웅장했던 전통적 바그너를 감상하게 해주었던 측면에 대해선. 그리고 2막에서의 홀랜더와 젠타의 극중 전개되는 가슴을 파고드는 이중창등도 기억에 남는다.
라트라비아타(춘희)나 토스카등 그간 기존에 많이 올려져온 오페라들에 비해 국립오페라단이 이번에 야심작으로 무대에 올린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작품성 면에서도 많은 박수를 받아야될 신선한 작품성과 바그너의 작곡 의도를 살려 전막(약2시간 20분)을 쉬지 않고 공연하게 한 오페라 완성도면에선 손색이 없었으나 유럽 현지의 전체 오리지널 캐스팅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