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파보 예르비/도이치 캄머필 내한공연

슈만 곡들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연주될 수 있단 말인가.

2013년 12월의 날렵하고 빠른 베토벤 교향곡 연주로 국내 콘서트 고어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The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 그간 2013년과 2014년 12월에 두 번에 걸친 예르비 & DKB 조합의 내한 연주에서 중후하지 않은 그러나 흥미로운 브람스보다 서울을 강타한 베토벤 쇼크탓에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를 번호별로 몇 번이나 다시 듣곤 했던가.

2013년 12월 베토벤 프로젝트, 2014년 브람스 프로젝트로 서울을 찾았던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이 올해에는 형식미는 없고 울림은 애매한 교향곡 따위로 오해받던 슈만 곡들의 이미지를 뒤바꾸며 인상적 연주로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기고 갔다. 슈만의 관현악 곡이 특별한게 없고 형식미없이 울림이 개운치 않다는 평가를 뒤바꿔논 연주를 들려준 것이다.

▲ 형식미는 없고 울림은 애매한 교향곡 따위로 오해받던 슈만 곡들의 이미지를 뒤바꾸며 인상적 연주로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기고 간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내한연주 장면. (사진: 빈체로)

지난 12월 18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은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슈만 프로젝트 를 감상하고 난후 예르비가 2005년 6월 11일 NHK심포니와 연주, NHK심포니의 전에 없던 뛰어난 연주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슈만 심포니 No.3 연주와 그해 10월 18일 파보 예르비 지휘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연주의 슈만 심포니 No.2를 찾아 듣고 나서 연가곡들과 수많은 가곡의 아버지로 여겨져 진작 발견치 못했던 슈만 심포니 곡들의 매력에 홀딱 반해버렸다.

예르비에게 이제 서울은 몇 년만에 눈도장을 찍고 가는 곳이 아니라 매 시즌 자신의 현재를 가감없이 나누는 중요 거점으로 자리잡다시피해 차기 프로젝트가 무엇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발동하는 클래식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은 2018년 다시 내한,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Unfinished)’과 9번 ‘그레이트(Great)’를 연주할 예정으로 전해져 다음 도이치 캄머필의 내한연주 슈베르트 프로젝트가 어떤 차별화된 감동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감이 크다.

김선욱과의 협연 슈만 피아노협주곡이나 슈만 교향곡 4번 연주 모두 한마디로 미끈한 연주였다. 특히 후반부에서 연주된 슈만 교향곡 4번은 전체 작품 연주가 악장 구분없이 미끈하게 전체적으로 연주돼 마무리되는 점에서 인상적이라 할 만 했다.

예르비의 허공을 가르는 지휘봉으로 시작된 슈만교향곡 4번 연주는 도이치 캄머필이 날렵하고 빠른 베토벤 교향곡에서만 강한 연주단체가 아니라, 감정의 낙차를 분명하게 윤곽과 운동으로 보이는 슈만의 정수를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도 특별함을 보여줬다. 이어진 브람스 헝가리안댄스 6번의 앙코르가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본래 날렵하고 빠른 연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캄머필 특유의 템포의 유연성에서 자신의 본래 색깔을 보여주는 듯 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클래식팬들에게 슈만 프로젝트를 고대케해온 도이치 캄머필은 특히 2악장 인터메초에서 예르비와 밀도높은 교감의 속살을 보여준 김선욱과의 슈만 피아노협주곡에서도 관현악을 실내악으로 다루는 예르비 & DKB와 실내악적 감수성이 뛰어난 김선욱과의 슈만의 정수를 만끽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무대를 제공했다. “곡에 맞는 소리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김선욱의 성숙한 연주 스타일이 그 섬세하고 다채로운, 무엇보다 진심이 충만한 시정(詩情)으로 이끌어 당분간 슈만 심포니 연주들을 이것 저것 연주단체 비교해가며 며칠을 들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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