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는 2차 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나치 전범이 처형되자 그의 아내는 사람들의 비난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창가에 목을 매고 자살했다. 다음날 밖으로 나온 이웃이 무심코 고개를 들다 가엾은 그녀와 허공에 매달린 엄마를 향해 손을 뻗으며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제 2의 비극이 벌어지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애나’라는 여인이 그 장면을 보고는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 갔다. 문을 밀치고 뛰어 들어가 보니 엄마를 외치며 울고 있는 아이는 창가 끝으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여인은 아이를 구한 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일찍이 그녀의 남편은 유태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이 아이의 아버지에게 사살되었는데도 그녀는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소중히 키우기 시작했다. 이웃들은 어느 누구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아이를 자신들의 마을에서 키우는 것조차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반대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이를 고아원에 데려다 주라고 강요했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녀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그래도 애나가 말을 듣지 않자 사람들은 그녀의 집 창문으로 쓰레기를 던지며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애나는 어떤 말에도 흔들림 없이 아이를 꼭 끌어안고 말해주었다.

“우리 아가, 예쁘고 착한 우리 아가. 작은 천사 같아, 우리 아가.”

아이가 자라면서 동네 사람들의 비난도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를 ‘작은 나치’라 불렀고,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아무도 그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않았다. 아이의 성격은 점점 삐뚤어져만 갔다. 툭하면 남의 물건을 부수는 등 말썽을 일으켰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기어이 다른 아이의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사고를 쳤다. 화가 난 이웃들은 애나 몰래 아이를 20여리 떨어진 곳에 있는 감호소에 보내버렸다. 아이가 없어지자 거의 미칠 지경이 된 애나는 보름이나 찾아다니고서야 겨우겨우 아이를 다시 찾아왔다. 아이가 다시 나타나자 이웃들은 다시 분노하며 아이의 출신에 대하여 떠들었다. 그러자 애나는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이는 아무런 죄가 없어요.”

그제야 자신의 출신을 알게 된 아이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네가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열심히 돕는 것만이 사람들의 분노를 삭일수 있는 길이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아이는 그 뒤로 마음을 굳게 먹고 강인하게 자랐다. 하는 일마다 언제나 열심이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어려운 일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도우려 애썼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그 아이는 일생 동안 잊지 못할 값진 선물을 받았다. 동네 사람들이 집집마다 대표 한 사람씩을 보내 아이의 졸업식에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자크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바로 나라네.” 자크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이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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