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늙은 말일수록 지혜롭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쓰고 단 온갖 경험을 한 노인들은 지혜롭지만 함부로 나서지 않고 매사 겸손하다. 그런데 그런 지혜로움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회가 세분화되고 과학 문명이 고도화될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한데, 이는 반성해야 할 일이다.

늙은 말의 지혜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린 이야기이다.
제나라 환공이 고죽국이라는 작은 나라를 정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산중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모두가 진퇴양난에 빠져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나서서 말하기를 “늙은 말은 거의 본능적으로 길을 찾기 때문에 이런 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여러 신하들이 이 추위에 늙은 말이 어떻게 험한 산중에서 길을 찾겠느냐며 반대했지만 환공은 관중의 말을 받아들여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결국 늙은 말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중에서 자신의 코를 스쳐갔던 모든 후각과 지금까지 경험한 만 가지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마침내 옳은 길 하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전군이 늙은 말의 뒤를 따라 행군한 끝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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