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농부의 집 선반 위에 잘생긴 나무껍질이 놓여 있었다. 농부는 나중에 장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무껍질을 말리는 중이었다.
나무껍질은 주인의 무관심 속에 오랫동안 방치된 채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어만 갔다.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던 나무껍질은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런 장식용밖에 되지 않다니……, 참으로 따분하구나. 그렇다고 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옳지, 조물주에게 찾아가 인간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사람이 되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테니 나도 쓸모가 생기겠지. 그럼 사람들도 내게 관심을 가질 테고 말이야.’
그래서 나무껍질은 조물주를 찾아갔다. 조물주는 이미 나무껍질이 찾아 온 까닭을 알고 있었으나 짐짓 모른 체하며 말했다.
“내게 무슨 부탁이 있어 찾아온 것 같은데, 어서 말해 보거라.”
나무껍질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원을 말했다.
“저는 지금 하루 종일 선반위에 서 있기만 합니다.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시면 저도 쓸모 있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알았다. 네 소원대로 인간으로 만들어주마.”
조물주는 망설이지 않고 나무껍질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인간이 된 나무껍질은 예전과는 달리 바삐 움직이며 인간들처럼 생활했다. 한데 그러다보니 기쁨도 잠시, 늘 어떠한 걱정에 시달리고, 몸도 쉽게 피로해져 일하는 것이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무껍질은 또 다른 생각에 잠겼다.
‘인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일만 해야 하니 정말 피곤하구나. 인간들 중에서도 부자는 그토록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니 내가 부자가 된다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야. 다시 조물주께 찾아가 부자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나무껍질은 다시 조물주를 찾아가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좋아, 네 소원을 들어주지.”
조물주가 선선히 소원을 들어주어 나무껍질은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나무껍질은 많은 하인을 거느리며 편안한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시 새로운 욕망이 꿈틀거렸다. 부자는 몸은 편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한다는 결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무껍질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왕이 되고 싶은 욕심에 다시 조물주를 찾아갔다.
“저는 왕이 되고 싶습니다.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이더군요.”
조물주는 순순히 나무껍질을 왕으로 만들어주었다.
왕이 되어 궁궐로 들어온 나무껍질은 이제 수많은 백성과 여러 부족을 거느리는 존재가 되었다. 얼마간은 왕 노릇에 재미도 느끼고 또 여러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 세상에는 왕보다 더 위대한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무껍질은 이번에는 왕보다 더 높은 신의 위치에 서고 싶은 욕망이 샘솟았다.

나무껍질은 다시 조물주를 찾아갔다.
“저는 조물주님 덕분에 나무껍질에서 왕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으로는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래? 그럼 이번에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이냐?”
“제 마지막 소원이니 꼭 들어주십시오. 저는 조물주님과 똑같은 신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더 이상의 욕망은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물주는 크게 노해 큰소리로 나무껍질을 꾸짖었다.
“이런 괘씸한 놈이 있나! 하찮은 나무껍질 주제에 인간 최고 지위인 왕까지 올라갔으면 감지덕지하여 만족할 줄을 알아야지, 감히 내 자리까지 넘보다니! 너는 원래대로 돌아가야 제대로 정신을 차리겠구나.”그 순간, 왕은 다시 나무껍질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나무껍질은 다시 농부의 집 선반 위에서 하루 종일 서 있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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