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격찬했던 강만홍’ 4년 만에 경허선사로 우리 곁으로 돌아와

 

뉴욕타임즈에서 격찬한 배우 강만홍이 4년 만에 ‘경허’ 선사의 이야기를 가지고 무대로 돌아온다.

강만홍의 작&연출 공연인 ‘경허’는 지난 2008년 뉴욕 맨하탄의 ‘라마마 극장’에서 격찬을 받았던 ‘길 없는 길’(The Pathless Path)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대한민국 현대 불교계의 큰 스승으로 일컫는 ‘경허 선사’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한다.

인간의 내면에서 울리는 자아의 울림과 공간의 머무름의 틀을 깨고 일탈의 문을 여는 과정을 직접 배우로 출연해 표현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경허선사는 ‘고삐 뚫을 구멍이 없다’는 그 한마디에 크게 깨우치고, 그 어디에도 걸림 없이 한판 삶을 펼치고 갔다. 생불이자, 가장 매력적인 무애행을 살다간 자연인 경허선사는 구한말 우리 불교의 중흥조이자, 한국 선맥의 최고봉으로 온 몸으로 중생의 바다에 뛰어들어, 성과 속의 경계에 묶이지 않고, 존재와 깨우침의 본 모습을 아무런 걸림 없이 대자유의 춤을 추었다. 문둥이도 전염병 환자도 끌어안으며 유불선을 넘어 온 누리에 선의 꽃을 피운 큰 스승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강만홍 교수와 일문일답을 가졌다.

Q. 먼저 인사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긴 터널을 지나 대학시절에 동경하던 큰 스승의 인생을 가지고 무대에 서려니 긴장과 함께 기대도 된다. 아무쪼록 열심히 준비했으니 종교적인 고전관념을 깨고 많이 찾아주셔서 경허선사가 해탈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을 통해 큰 깨달음을 통해 우리 인생사에 지침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경허선사의 큰 뜻이 무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본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A. 제가 대학시절에 경허선사의 정신세계에 심취해 꼭 한번 무대에 올리겠다는 생각에 써놓은 글이 어느덧 30여년이 되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고 내 삶과 내 인생, 창작여정의 “터닝포인트”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탈을 하나씩 쓰고 태어나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해탈”의 과정이 있지 않겠는가? 해탈은 우리 인생사에서 엄청난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기에 해탈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과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하듯 너나할 것 없이 우리가 한생을 살면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한 다시 말해 어디든 갈수 있는 자유! 해탈을 의미한다.

 

Q. 처음시작이 암전으로 시작되는데 의미는 무엇인가?

A. 처음 나오는 장면은 프롤로그로 여러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돌탑을 쌓아 탑도리를 하는 것으로써 인생의 어둠속에서 빛을 찾기 위한 의미를 담아내려 했다. 어둠을 뚫고 빛이 세상을 비추게 된다는 의미를 담으려 했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것이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하고자 첫 장면에 넣었다. 이 작품은 경허선사의 특별한 일대기를 ‘세미넌버벌’ 형식으로 꾸미고 있는데,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퍼포먼스를 다양한 음악과 미장센들을 가지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을 하려 노력했다.

Q. 극 중간에 불이야 라고 세상에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무엇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가?

A. 우리“삶속에서 나오는 가장 무서운 불이 가슴속에서 나오는 불”이다. 즉, 화를 말하는 것이다. 내면에서 표출되지 못한 하나의 화를 몸속에서 밖으로 내뱉어 정화를 통해 불을 다스린다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Q. 경허선사의 이야기는 자칫 무거울 수가 있는데 관객에게 보여주려 노력한 것은 무엇인지요.

A. “인생이 던지는 무게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화두’다. 극이 주는 무게감을 어떤 이는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전혀 못 느낄 수도 있다. 연극에서 보여 지는 것들이 연출을 하며 어느 한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만들기 때문에 많이 힘들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준비해 막이 올라갈 때까지의 고통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흔히들 해탈을 한다고 표현하는데 연출을 기획해서 작품을 올리는 것도 해탈하는 과정과 비슷할 것이다. 이작품은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허선사라는 인물은 불교계에서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얘기이다. 하지만 불교에 입문했다가 승복을 벗고 세상에 나와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과정 또한 논란거리이기에 조심스런 작업일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삶속에서 깨달음을 통해 해탈의 과정이 이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의 지침서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Q. 경허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경허란 인물을 한 두 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관객이 보고 느낌이 다르듯 서로의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겠지요. 경허야 말로 동물적인 차원에서 신성차원까지를 한바탕 신명나게 놀고 간 인물로 인간의 본능을 가지고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았는가? 그의 인생을 통해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일반일이든 종교인이든 종교적인 논리로 본다면 이극은 너무도 무거운 주제가 될 것이다. 연극을 보고 해탈의 의미가 전하는 큰 뜻을 알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연극이 아닌가 생각한다.

Q. 강단에서 후진양성에 많은 시간을 두고 있는데 제자들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A. 수많은 제자가 있다. 한 제자만을 떠올릴 수는 없으나 연극이라는 장르가 사실 미래가 불투명한 직업이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와의 싸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지 않겠나, 그래서 내 곁을 스쳐지나간 제자들은 모두 기억에 남는다. 요즘 잘나가는 배우들로는 황정민, 유승룡, 유해진, 정재영, 전도연이 직계제자들로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겠는가? 성공을 한 제자들을 보면 보람과 고마움을 느낀다.

수많은 일화 중에 유승룡과 유해진이 기억에 남는다. 승룡이가 공연을 한참하고 있는데 도중에 배우들 쪽으로 돌아서서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들을 지어 함께 공연한 배우들을 많이 힘들게 할 정도로 장난기와 열정, 광기를 함께 가지고 있던 배우로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 4년의 공백을 벗고 무대를 준비하는 강만홍 교수(연출) 개막이 다가옴에 따라 긴장과 피곤함이 겹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터뷰에 응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이번 공연은 4월20일부터 5월1일까지 동국대이해랑예술극장에서 강만홍 외 성웅스님, 이란아, 김지애, 민우기, 박민수, 윤희경, 양승일, 고은결, 서봉원, 조백한, 김도연, 정민호, 조주현, 강민정, 홍지인, 고성현등 총 15명의 배우들이 함께 한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과 퍼포먼스가 일품으로 90여분의 공연시간동안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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