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랍비 휴고그린은  독일의 집단 수용소에서 겪은 뼈아픈 체험담을 전후 독일 잡지에 이렇게 기고했습니다.
그날 1994년 몹시 추운 겨울이었다. 나와 함께 감금된 아버지께서 나와 친구 몇 명을 수용소 건물 한 구석으로 모이게 하셨다.
아버지는 오늘이 유대인의 명절인 ‘하누카의 저녁’ 이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진흙 주발을 내놓으시더니 수용소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든 귀한 버터를 녹여서 심지를 적시고 촛불을 대신하여 붉을 밝히셨다. 나는 아버지께 그 귀한 버터를 먹지 않고 낭비하는 데에 항의했다. 아버지는 가만히 나를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도 3주간을 살 수가 있어. 그러나 희망이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단다.“
이제는 더 이상 먹고사는 문제가 우리의 주된 관심에서 벗어났습니다. 반면에 먹고 사는 것과는 상관없는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부유층 혹은 유명인들의 자살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닙니다.
독버섯처럼 퍼져가는 우울증과 알 수 없는 분노가 현대인들의 얇아져가는 감성의 보호막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희망이 사라진 까닭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야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밝힐 촛불을 밝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내 손에 쥐고 있는 작은 버터 한 조각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먹을 것에 염려하지 마십시오. 희망을 얻게 된다면 영원토록 내 영혼의 배를 채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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