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교수

경매 ‘제값보다 더 비싸’

좋은 물건을 보다 값싸게 구매하기 위해 경쟁하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다.
물건 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모두 입찰자로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입찰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이 낙찰자가 되어 그것을 차지하게 된다.
입찰자들은 경매장 안에서의 경쟁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갖길 원하지만, 제값보다 많이 줄 생각은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자 어느 정도의 상한선을 두고 가격을 제시한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이 기준선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언제부턴가 부동산 경매가 나라 안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너나할 것 없이 부동산 경매를 배우려고 뛰어든 것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해서 시세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빨리 처분하면 그 차액만큼 고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거나 경쟁자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값을 제시할 것 같으면 본인의 기준을 무시하고 낙찰 받는 것에만 집중해 오히려 제값보다 높게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낙찰자는 갖고 싶은 물건을 취득하게 되어 기쁘겠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재정적 부담으로 울상을 짓게 될 것이다.

과다한 인수 합병의 후유증

무리하게 기업 사냥을 한 업체들이 ‘자금난’에 몰리면서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후유증에 잇따라 불거지면서 최근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언론지상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과도한 금융 레버리지(차입금 등으로 얻는 지렛대 효과)가 경기 침체,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융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인수·합병)에서 승리해 ‘승자’가 됐지만, 실제로는 ‘손해’를 보게 된 상황이다.
입찰이나 M&A 등에서 실제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써내고 경쟁에서 이긴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승자의 재앙은 기업 혹은 개인의 잘못된 탐욕의 결과가 아닐까.

승자의 재앙을 피하려면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 이론이다. 그래서 상품의 가치와 비교하여 가격이 비싸면 구매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 경제에서는 심리적인 것과 인간행동습관까지 혼재되어 분위기에 편승되는 경향이 많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예쁜 튤립의 구근가격이 집 한 채와 맞먹는 투기 붐이 일어났었다.
합리적인 사람이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 거품으로 봐야 했으나 탐심과 군중심리로 인하여 너도나도 높은 값을 부르며 사서 결국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다.
금전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층도 그 사정은 비슷하다. 자신이 벌고 있는 소득과 갖고 있는 자산에 비해 지나친 욕심을 부리게 되면 고통의 터널로 빠지게 될 수 있다.
사업을 진행하거나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도 무분별한 경쟁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은 경쟁을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본인에게 피해가 될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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