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키운 청년, 덩실덩실 소리의 ‘춤’판 벌이다

15년 음악 내공 담긴 새 음반 <춤> 내놓고 콘서트 열어

 

▲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한태주

 

“참 잘 자라주었다!”

13세에 데뷔한 오카리나 연주자 한태주(28)의 어린 시절부터 쭉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음악 애호가들의 입에서 절로 나올 말이다. 틀에 박힌 교육과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오직 음악과 지리산의 품에서 자유롭게 자라난 신동(神童)은 마침내 대가(大家)로 성장했다.

사실 한태주를 단순히 오카리나 연주자로만 규정하기는 아쉽다.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아우르는 뮤지션 혹은 아티스트로 보는 것이 합당하지 싶다. 이번에 발표한 새 앨범 <춤>에는 그러한 음악적 역량과 예술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카리나 소리로 먼저 만나 본 한태주를 서면으로 만났다. 소리만큼이나 담백하고 간결했다. 그래서 다가오는 콘서트가 더 기대된다.

 

▲ 아버지 한치영씨와의 합동공연

 

먼저, ‘오카리나’라는 악기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오카리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카리나는 흙으로 만들어진 악기입니다. 그래서 흙피리라고도 불리웁니다. 가장 오래된 악기이며 가장 멀리까지 소리가 퍼지는 신비한 악기입니다.

 

오카리나 신동으로 유명한데 오카리나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친구 분께서 선물로 주신 것이 오카리나를 처음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초등학교 이후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어릴 때부터 자연을 벗삼아 음악 활동을 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래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물론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또래 아이들과의 교류는 부족했지만 그들이 얻지 못하는 자유와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힘을 얻곤 했습니다.

 

▲ 지리산 야외 공연

한태주씨 하면 아버지 한치영씨(강변가요제 출신 음악인)가 항상 거론됩니다. 본인의 인생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아버지는 제 음악 스승이며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저의 아버지이고요. 지금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은 모두 저의 부모님의 영향과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삶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리산은 어떤 존재입니까?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이 ‘어머니의 산‘ 같은 느낌을 저도 받곤 합니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고향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 전 정규 음반 <춤>을 발매했습니다. 물론 작곡은 한태주씨가 하셨을 테고, 편곡이나 프로듀싱은 누가 했는지 궁금하군요.

편곡, 프로듀싱도 전부 제가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국적인 가락에 서양 악기를 사용한 것이 두드러집니다. 일종의 퓨전으로 볼 수 있을까요?

동양적이면서도 서양 사람들도 좋아하는... 그래서 동서양의 모든 사람이 함께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화음을 내는 악기는 서양악기가 더 보편적이고 유용해서 반주는 서양 악기 위주로 편성이 되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더 많은 동양악기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 새 음반 '춤'의 표지사진

수록곡 중 <별빛사랑>에는 오카리나가 등장하지 않던데요?

보통은 집에서 오카리나 뿐만이 아닌 건반을 많이 연주하기 때문에 건반으로 만든 곡들이 많습니다. 앨범마다 건반 곡을 한 두곡 넣고 있는데 일종의 분위기 전환 혹은 보너스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백두대간의 숨결>은 심지어 라틴 음악 분위기까지 풍기더군요. 제목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의도한 건가요?

라틴 분위기라니 새롭네요.. 라틴 분위기라고는 느껴보질 않아서... 제목은 보통 부모님과 함께 정합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여러 제목이 후보로 나왔었는데 최종적으로 지금의 제목인 ‘백두대간의 숨결’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들을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 세 곡을 꼽는다면. 그 이유는?

이건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모든 곡을 만들 때마다 그때 당시의 추억과 에피소드가 묻어있기 때문에 특정 곡만 꼽기가 힘드네요...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모든 곡들이 저에겐 다 소중하답니다.

 

12월 18일에 열릴 콘서트에 참여하는 세션맨들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일단 국보급 기타리스트라고 불리는 기타리스트 김광석 선생님과 살아있는 전설로 알려지신 베이시스트 신현권 선생님께서 함께 참여를 해주십니다. 우리나라에 발매된 거의 모든 곡들의 세션에 이분들이 참여를 하셨기 때문에 그만큼 연주에는 도가 트신 분들이십니다. 이분들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자체로만으로도 18일 공연은 어마어마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87년생,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 살에 접어듭니다. 자신의 20대는 어떠했고, 30대를 맞이하는 소감은 어떤지요.

20대는 음악 공부를 해왔던 시간 같았습니다. 작곡공부, 편곡공부, 연주 등등... 실제로 많은 음반을 내면서 음반을 하나하나 낼 때마다 성장하고 배워왔습니다. 이제 그동안 공부한 실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해야할 시간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추구하는 음악도 성숙해지는 것 같습니까?

물론이죠.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어렸을 땐 몰랐던 세상의 소리도 듣게 되고 그런 소리를 함께 음악으로 표현해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자 친구는 있나요? 연애관이나 결혼관을 말씀해 주시죠.

여자 친구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음악을 하니 음악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여성분을 만나고 싶네요. 결혼관은 부모님이 저에게 보여주셨듯이 결혼한 후에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음악 이전에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로서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평소 즐겨듣는 음악은 무엇이고, 영향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기 때문에 일일이 다 말하기는 참으로 어렵네요. 클래식부터 뮤지컬, 영화음악, 밴드 연주곡 등등 좋아하는 곡들이 너무 많습니다. 뮤지컬 캣츠도 정말 좋아하고 외국의 올드 락 그룹도 좋아합니다. 아마 가장 큰 영향을 준 뮤지션은 ‘Pink Floyd’ 같네요...

 

한태주씨도 아이돌을 좋아합니까?

아이돌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한태주씨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주로 오전에는 음악 공부를 합니다. 작곡, 연주 등등... 오후에는 날씨가 좋을 경우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여름철에는 수영을 하거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저녁에는 미처 못 한 음악을 한다거나 인터넷 등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 집 마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그 동안 공부 했던 기량을 바탕으로 많은 음악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연도 하고 싶고 여러 사람들과 음악 교류도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저희 독자들과 한태주씨의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금 이르지만 새해 인사도.

제가 이렇게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팬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시는 관심과 사랑입니다. 언제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소리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든 분들이 웃고 서로 따듯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과 따스함이 가득 넘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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