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는 1960년대 종로·퇴계로지역 윤락업소의 정비로 태어났다. 1966년 세운전자상가와 현대 상가의 착공을 시작으로 해서 청계·대림·삼풍·신성·진양상가와 풍전호텔까지 종로3가와 퇴계로3가에는 8개의 주상복합건물이 세워졌다.

이 중에서 세운상가 군을 대표하는 세운전자상가는 강남 개발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유일의 전기·전자를 대표하는 종합상가였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전기·전자와 관련된 모든 제품 및 부품까지도 즐비하게 구비했다.

지방에서까지 또 전국어디서나 전자제품이나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8년에 불운하게도 세운상가 철거작업이 시작되었다. 흉물이라는 지적과 함께 숲길을 만든다는 미명아래 이른바 세운지역의 녹지축 조성사업이 진행된 것이다. 이때는 이미 현대 상가가 사라졌지만 이후 철거작업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행하게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때마침 심하게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관심이 급속히 낮아졌고 또한 각 건물에 들어와 있던 입주사의 반대도 만만치 않게 거세었다. 이에 고심이 커진 서울시는 건축물에 대한 일제히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B-C등급을 받았다. 이것은 리모델링(remodeling)이나 수리·수선을 하면 계속해서 사용이 가능한 등급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일단 철거작업을 중단하고 재개발하는 재정비촉진계획에 변경(案)을 마련해서 추진 중에 있었다. 이르면 금년 연말에나 확정될 것 같았으나 다행히도 금년 초에 재정비촉진에 대한 변경(案)이 확정되었다. 다행안 일이었다. 하마터면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뻔 했던 일축즉발 위기의 세운상가가 다시 일어날 회생의 기회를 찾은 것이다. 실로 기사근생(幾死僅生) 이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세운상가를 살릴 명목은 너무나 많다. 450곳 입주사 대표 대부분이 전기·전자·컴퓨터산업에만 물경 30~40년 동안을 줄곧 종사해온 장인들이다. 작년에 입주한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는 미국 등 선진국에 다 가봤지만 세운상가에는 없는 것이 없어서, 여기서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못 만들면 대한민국 어디서 만들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인다.
일단 철거가 중단되고 재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전기·전자산업의 얼과 혼이 깊숙이 깃들어 있는 곳이 바로 세운전자상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환경만 제대로 조성된다면 충분히 재건되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수많은 장인과 기업이 여전히 꿈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상가 이름 ‘세운(世運)’은 세상운수라는 뜻으로 건물 착공할 당시에 지어진 이름으로 ‘세상의 모든 기운이 여기에 다 모여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전한다. 당시 철거 결정과 함께 세인의 관심에서 잠시 사라졌던 세운상가가 재개발로 다시 한 번 세상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으며 힘차게 웅비하여야 한다.

회고해보면 한때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였던 세운전자상가는 청계천 고가도로가 철거된 뒤 도심 속의 흉물로 전락했다가 현재 철거 재개발 대신 보존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에 있어 불행 중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동시에 요즈음에는 이에 힘입어 주변에 있는 인근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띄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따지고 보면 청계천의 물길이 열리면서 돌아온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국내·외 사람들도 물길을 따라서 모여들면서 삭막하고 황폐했던 도심을 여유로움과 넉넉함으로 활기 있게 다시 채워주고 있다. 2005년 10월 청계천이 복원된 뒤 많은 사람이 청계천을 찾았다. 한 달 평균 100만 명이상이 찾아왔다. 이들은 청계천에만 머물지 않고 광장시장 등 이는 시장들도 찾았다. 시장 먹자골목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때마침 시장 상권까지 살린 것이다.
청계고가도로가 사라져 시각적으로 뻥 뚫렸고 환경도 좋아져 시장 방문객이 복원 이전의 3배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한때 명동 상권에 밀려 주춤했던 청계천로 종각역 상권도 청계천 재개발 이후 젊은이 등이 많이 찾는 젊음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패스트푸드와 식음료, 커피전문점이 들어섰고 이에 따라 다시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등 그야말로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청계천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면서 덩달아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가 되었다. 청계천이 숨 막히는 도심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건강명소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청계천은 꽉 막힌 도심의 혈관에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민초를 위한 이른바 시민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서울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고궁, 남산타워, 광화문에 이어 네 번째로 청계천이 꼽힌다고 한다. 찾아오는 목적으로는 휴식, 산책, 약속과 만남 등 교제가 절반을 넘었다. 젊은이들은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정도 머물다가 간다고 한다. 청계천은 일상의 여유와 포근함을 주는 보물 같은 존재가 되어 이제 바야흐로 서울시민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고가도로가 있던 도심 한복판이 상쾌하고 기분 좋은 하천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신기하고 기적적이다. 청계천은 인공하천이지만 자연까지도 복원시키고 있는 셈이다. 청계천은 명실상부한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자연학습장으로 꾸며져야 한다.

이제 세운전자상가에는 드디어 제2의 기회가 찾아왔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다시 태어나 활성화하여야 한다. 도심형 공업단지로서 전통상공업구역(cluster)로 탈바꿈해야 한다. 을지로 조명거리, 광장시장, 신중부시장의 트랜드를 살려 골목별 특징을 부각시켜 특화 지구화하여 도심형산업으로 중점적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그만한 여건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현재의 청계천 관광객을 최대한으로 유치하여 고객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테크숍(Tech Shop)으로 연상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고(garage)문화를 본받아 세운전자상가 일대를 테크숍 클러스트로서 전자복덕방으로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땅의 젊은이들의 창업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개발부터 서비스까지 다양한 꿈을 실현시켜 벤처기업이 계속 탄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선택이 아닌 필수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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