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즈포럼 제공

  우리나라도 이제 소비자피해구제 업무를 시작한지 36년이 되었다. 1980년 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었고 그 때부터 이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각 부처별로 자기가 소관 하는 품목에 대해 피해구제 업무를 분담하다가 1987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설립되면서 품목 구분 없이 모든 품목을 담당하는 기관이 생겼다.

설립 당시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사권과 준 사법권이 주어졌다. 즉, 사업자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한과 조정결정을 당사자가 수용하는 경우 재판상 화해효력을 부여하여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를 보장코자 하였다.

이후부터 30년 동안 한국소비자원과 그 안에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피해구제 업무에 전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피해는 끊이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고 그동안 나라의 경제규모가 늘고 신종 악덕상술이 출현하면서 오히려 피해 건수는 늘어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30년 전에 비해 피해구제 대상 품목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졌다. 즉, 의식주와 관련된 다양한 신제품을 비롯하여 수 없이 많은 서비스 상품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금융, 보험, 증권, 의료, 법률, 게임 등 전문서비스 업종의 경우 전문지식 없이는 구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특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상품이 등장하면서 그 특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면 소비자피해에 대한 실체 규명 자체가 곤란하거나 사업자의 과실 입증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졌다. 즉, 상품 특성을 모르고는 소비자피해 여부는 물론 그 피해와 손해와의 인과관계조차 밝혀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더구나 대부분의 피해는 재산적 손해를 기초로 하고 있으므로 민사법원의 소액사건 담당재판부 활동과 유사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즉, 소비자피해구제 전문가는 최소한 민사법원의 소액사건 단독판사 정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이 요구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실제로는 소액사건 뿐만 아니라 피해금액에 따라서는 중액사건, 고액사건도 얼마든지 발생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습기살균제나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보상금, 장애보상금을 비롯하여 자동차나 부동산관련 피해, 금융, 보험, 증권피해 등의 경우에는 고액의 피해를 다뤄야할 경우가 늘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전문가 없이 소비자피해구제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민사법원의 경우에도 소액사건 단독판사는 초임판사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 10년 내외의 중견 판사가 맡고 있다. 초임판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피해구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피해구제를 위한 전문 직종이 신설되어야 한다. 아울러 피해구제 전문기관이 지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사업자의 자율구제 활동도 활성화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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