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소비자가 기업에 전화할 일이 없었다. 대량소비도 없었고 임금이 기업책임을 조명할 필요도 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회사법인이 대한민국에 설립되기 시작한 것은 1960대 이후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수없이 많은 회사법인이 생겨나 활동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들 회사로부터 수많은 상품을 반복 구입하며 살고 있다.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필연적으로 판매자나 제조자와 소통이 필요하다. 매매라는 행위에는 반드시 제품하자, 약속불이행, 허위과장광고, 허위표시, 불공정계약, 주의의무 소홀 등 매매 당사자가 서로 소통해야 할 다양한 요소가 늘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대표가 응대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바쁜 대표자가 모두 응대할 수 없다. 그 입장을 이해하는 소비자들은 직원들이 나서 답변할 때 기꺼이 이에 응하고 있다. 즉, 굳이 대표자 면담만을 고집하지 않고 직원들 응대에 신뢰를 보내고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표자를 대리하는 직원들이 소비자를 우롱하거나 봉으로 대하거나 불친절하다면 회사대표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인가.

더욱이 직원들이 전문지식이 없어 회사를 방어할 능력도 없고, 불합리한 주장을 하는 소비자를 설득할 능력도 없다면 바람직한 일인가. 대부분의 대표자들은 본인을 대리하는 직원들이 친절하고, 유능하여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손해는 최소화하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불친절하거나 전문성 없는 직원응대로 소비자 원성을 듣곤 한다.

이것도 부족해서 직원이 아닌 비전문 외주업체에 소비자응대를 위탁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을까. 회사대표는 코스트를 줄일 수 있고, 직원들은 블랙컨슈머를 멀리할 수 있어 그리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회사대표들이 기업을 살리고 바쁜 경영에 전념하느라 본인들 응대의무에 대한 인식을 미처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표자를 배려하는 소비자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만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응대를 제대로 못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이를 용납할 것인가. 제대로 된 기관장이라면 이러한 민원이 반복되는 경우 감사와 징계마저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주민응대를 비전문 외주업체에 맡기면 주민들이 용납할 것인가.

예외는 있다. 기업직원이 응대하는 것보다 특수 전문가가 응대해야하는 경우 이를 위탁할 수 있다. 즉, 수탁기관이나 수탁인의 응대 전문성이 기업직원에 비해 우수할 때 예외로 인정된다. 대표적 사례가 기술이나 자격증을 보유한 기사에게 물품의 수리 및 설치 등을 위탁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통상 품질보증기간 내 무상수리를 위해 전문 수리업체를 지정하여 위탁하곤 한다. 이는 회사대표 본인이 수리할 수 없고, 직원도 수리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명분 있는 조치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소비자피해보상 영역은 다르다. 회사대표가 가장 큰 권한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 가운데에서도 근무경력이 오래된 간부들일수록 전문성이 높다. 이러한 영역을 회사 연혁도 잘 모르는 비전문 외주업체에 위탁하여 처리하라는 것은 명분 없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응대체제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 행복한 세상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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