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상담현장을 보면 감정노동자와 소비자 모두 울면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심한 경우는 아비규환사태까지 이르는 사례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담관리책임자들이 소비자와 상담직원에 대한 배려와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상담관리책임자가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담관리책임자란 기업오너부터 상담부서장까지 모두 해당된다. 공적부문에서는 공공기관장부터 민원부서장까지 모두 해당된다. 소비자피해를 유발한 것이 기업과 사회인데, 그 피해처리를 담당하는 상담직원들이 왜 울면서 일해야 하는가. 기업으로부터 이미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왜 상담창구에서 또다시 우는 일이 반복되어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지금의 상담현장은 상담직원인 감정노동자도 울고, 소비자도 울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감정노동자가 우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즉, 소비자의 폭언과 화풀이에 울고, 회사의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울고 있다. 소비자들도 상담 받다가 우는 이유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업의 배신감에 울고, 또 다른 이유는 직원의 불친절과 비 전문성, 권한 없다는 말에 울고 있다. 권한 없는 사람이 왜 피해보상처리 업무를 맡고 있는지 소비자들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권한 있는 사람을 바꾸라고 하거나 기업의 배신행위를 토로하기 위해 윗사람 나오라면 바꿔주지 않아 또 다시 발을 동동 구른다.

결국, 소비자들은 바꿔주지 않는 상담직원에게 분풀이하게 되고 이를 응대하는 상담직원도 소비자불만을 들으며 울기만 할 뿐이다. 소비자항의를 듣다가 더 참지 못하면 상담직원은 소비자와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상호간 감정 조절이 안 되면 서로 씻지 못할 상처로 남게 된다. 감정노동자는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심리적 병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기업과 사회는 얼마나 더 이러한 상태를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지금처럼 소비자들은 불친절한 상담직원 탓만 하고, 감정노동자들은 폭언하는 소비자 탓만 해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본질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틀을 바꾸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감정노동자와 소비자 둘만의 문제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보면 분통 터지는 소비자, 소비자가 봉, 소비자는 호갱 등의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 분노를 소비자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가? 감정노동자의 비 재량권, 비 전문성 문제를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가?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기업은 블랙컨슈머란 단어 하나로 소비자 전체를 욕심 많고 교양 없는 정신이상자 또는 범죄자로 몰고 가면 안 된다. 기업주는 늘 선량하고 소비자나 감정노동자는 대체로 불량하다는 사고방식은 더 더욱 안 된다. 적어도 선량한 소비자와 선량한 감정노동자가 서로 행복하고 즐겁게 상담할 수 있는 기본 틀은 만들어 놔야 도리이다. 이제부터라도 착한 소비자운동과 착한 기업경영을 통해 소비자와 감정노동자의 가슴앓이가 없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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