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흘리는 눈물엔 사연도 많다. 불량 압력 밥솥이 터져 화상을 입고 우는 할머니 눈물, 그 옆에서 우는 할아버지 눈물, 의료과오로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 옆에서 우는 딸의 눈물, 부실경영으로 문 닫은 저축은행 앞에서 우는 서민의 눈물, 급발진 사고로 갑자기 사망한 어머니를 보고 오열하는 며느리의 눈물, 그밖에 피해를 입고도 보상 받지 못해 우는 수많은 사람들.
소비자는 오늘도 울고 있다. 물론 약한 자는 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좋은 사회라면 덜 울게 도와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영웅들이 있어야 한다.
35년 전에 영웅이 한분 있었다. 그는 1976년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전문 22조로 작성한 소비자보호법 시안을 작성했다. 시안은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후 손질을 거쳐 소비자보호법의 바탕이 되었다.
헌법상의 소비자권리를 구체화 시키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국내 소비자운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결국 소비자보호법은 1979년 12월 3일 국회를 통과하여 80년 1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은 이 법이 통과된 날짜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85년 6월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의 권리를 조목조목 명시하여 발표하였다. 27년 전 환자의 권리선언은 소비자운동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의료 서비스는 소비자 권리와 무관한 영역처럼 여겼지만 엄연히 대가를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라는 점을 부각하여 환자들이 제 권리를 찾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모유 수유 캠페인을 통해, 모유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분유업체들의 과도한 판촉 전략에 쐐기를 박았다. 병원에서 젖먹이가 태어나자마자 산모나 부모의 선택 과정 없이 분유를 먹이던 잘못된 관행도 고쳤다.
약관규제법도 그가 소비자단체에서 봉사하던 25년 전 산물이다. 그는 ‘약관’이라는 용어가 어려워 다른 단어를 찾으려 궁리하다 결국 그대로 ‘약관’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내용에 대해 소비자단체가 이의신청 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것이 두고두고 흐뭇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소비자기본법 개정 방향에 대해 소비자 피해를 효과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절차법’위주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쉽게, 빠르게, 돈 안 들이고 보상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소비자보호의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바로 국내 소비자운동의 초창기 1세대 주역인 김동환 변호사(78)다. 그 밖에 숨어있는 영웅들도 많다. 이제 우리는 2세대 소비자운동을 이끌 영웅을 기다린다. 과거와 다른 이 시대를 든든하게 지켜줄 수호천사를 기다린다.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이 날만이라도 소비자의 애환을 함께한 영웅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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