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안전처’라 한다)로 그 위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위상을 강화해 주는 것은 책임도 많이 지라는 뜻이다. 즉, 식품의약품안전에 대한 안전처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질 전망이다.
그런데 식품의약품 안전 확보는 담당기관의 위상만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원칙은 식품이나 의약품의 위험성 여부를 결정하는 위해성 평가와 이를 근거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위해성 관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위해성 평가와 위해성 관리를 모두 한 기관에서 담당할 경우 상호간 작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의문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선진국에서 그 실험을 통해 해답을 얻은 바 있다. 그것은 두 기능 모두 부실해진다는 것이다. 즉, 평가와 관리를 한 기관에서 담당하는 경우 업무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결국 위해성 평가도 충실히 하고 위해성 관리도 엄격하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업무를 분리하여 독립된 기관에서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위험을 평가하는 기관이 현장에서 관리까지 담당하는 경우 둘 다 신뢰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처는 위해성 평가기관으로 역할을 할 것인지 관리기관으로 역할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만일 위상을 높이는 이유가 두 가지 기능을 다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국민 안전을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에도 위해성 평가와 위해성 관리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되어 왔다. 그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 내에 안전평가원이 함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에서도 밝혔듯이 제대로 된 식품안전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믿는다.
즉, 식품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안전 수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안전처에 한 가지 기능을 전담시켜 실효성 있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 기능은 다른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토록 하여 식품안전 정책의 선진화를 이뤄내야 한다.
국정에 있어서도 국회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법의 집행을 맡고 있다. 두 기관이 분립하여 제 역할을 다함으로써 서로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만일 행정부에서 법도 만들고 집행도 한다면 법과 집행 모두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이제 식품의약품의 안전성 제고는 시대적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원칙하에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조직의 덩치가 크고 위상만 높다고 하여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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