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사)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前국무총리
하얼빈의거 110주년 맞아 숭모회 유럽본부 개설 등 안 의사 정신 세계에 알려 

 

(사)안중근의사숭모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안중근의사의 하얼빈의거를 후원했던 이강 선생과 하얼빈의거 동지 우덕순 지사, 그리고 위당 정인보 선생 등이 광복 이후 주축이 되어 만든 안중근의사기념사업협회를 이어받아 1963년 설립되어 정부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안중근의사 관련 사단법인입니다. 6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회원들의 자발적으로 납부한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순수 민간단체로서 국내외에 안중근의사를 기리고 선양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 의사의 평화사상이 바르게 인식될 수 있도록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내 지회 또는 관계기관과의 교류를 통한 선양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으며 수십 년에 걸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안중근의사 사료 조사 및 발굴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외에 거주하는 안중근의사 유가족과의 관계 강화와, 생계곤란 유족의 주기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김황식 이사장이 하얼빈 의거 108주년 기념식장에서 제14회 안중근 장학생 선발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께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신 지 정확히 1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숭모회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날일 것 같습니다. 

올해 2019년은 국가적으로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안중근의사로서는 탄신 140주년이자 하얼빈의거 1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에 우리 숭모회에서는 10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안중근의사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10월 21일 공훈학술강연회를 여는 한편, 10월 26일 오전 10시에는 회원들과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하얼빈의거 110주년 기념식”을 기념관 강당에서 개최합니다. 동시에 같은 날 한국저작권위원회와 공동 개발한 안중근의사 손글씨 폰트인 “안중근체”를 공개하며 10월 31일에는 KBS홀에서 의거110주년 “안중근평화음악회”가 열립니다. 뜻 깊은 달을 맞아 여러 행사를 준비하였으니 국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됐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이사장님께서는 어떤 고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최근의 한일관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양국 간 과거사 인식의 차이를 넘어 현실의 경제보복으로 확대되어 양국 국민간의 감정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일본의 위정자들은 과거를 직시하고 양국 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일본의 도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지양하고 차분히 일본의 시민사회를 설득해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민간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중근의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1982년 8월 10일 일본 참의원 문교위원회에서 하타노 아키라(秦野章) 의원(나중에 법무장관이 됨)은 오가와 헤이지(小川平二) 문교장관에게 질문하면서 "한국에서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이 영웅인 것은 당연하고, 일본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위대한 정치가이다. 이는 모순되는 것이 아니고 여기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양국 사이에 우호관계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이것이 일본 의회 속기록에 안중근이라는 이름이 올라간 최초의 일입니다. 그는 질의 후 한 기자에게 "아직 일본에서는 안중근이라는 역사상 중요 인물을 알지 못하는 정치가, 공무원, 언론인이 많으므로, 한 사람이라도 더 안중근을 알게 하기 위하여 질문 형식으로 소개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하타노 의원은 일본에서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가 필요하며 이를 통하여 바람직한 한일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바람직한 한일관계, 다시 말해 서로 교류 협력하는 한일관계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반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니시모리 시오조(西森潮三) 일본 고치현(高知縣) 전 의회 의장 기념관을 방문한 김황식 이사장

이사장직에 취임하신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안중근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많은 일본인들과 교류하여 그들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뤼순에서 안중근의사를 담당한 검사, 변호사, 법원장, 그리고 안중근의사의 모습을 삽화로 남긴 기자까지도 모두 고치현(高知縣) 출신 인물이었습니다. 이에 2018년 9월 고치현의 초청을 받아 현지 관계자들에게 안중근의사와 고치현의 인연에 관한 강연을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안중근의사의 평화사상이 여전히 유효한 미래지향적 사상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안중근의사야말로 한일관계의 디딤돌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고치현은 지난 20여 년간 유묵 석 점과 안중근의사 공판 삽화를 숭모회에 기증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올 9월에는 오스트리아 빈에 숭모회 유럽본부를 개설하였습니다. 안중근의사의 평화사상이 일본, 중국, 미국을 넘어 국제평화기구의 본산인 빈에서도 널리 알려지는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후원이 있었습니다. 지난 9월 16일 저는 숭모회 유럽본부 창설식에 참여하여 유럽 각국에서 오신 참석자들께 안중근의사의 정신을 널리 알려주십사 하는 뜻의 강연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안중근의사는 대한의 영웅을 넘어 세계의 영웅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정신은 작금의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생각합니다. 

안중근의사는 한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역에서 처단하시고 뤼순 감옥에서 한중일 세 나라가 전쟁 없이 평화롭게 유지하는 방안을 <동양평화론>에 담아 남기셨습니다. 그럼에도 일제는 한국을 식민지로 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주사변, 중일전쟁에 이어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켜 패망의 길을 걷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1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일본은 끊임없는 영토분쟁, 과거사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 환경오염 문제에 이르기까지 주변국과의 마찰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2차 대전 이후 또 다른 전쟁을 막기 위해 성립된 일본의 평화헌법마저 개정하려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려스런 행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때에 안중근의사의 평화정신이야말로 동북아시아 삼국이 다시금 되새겨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백 여 년의 앞을 내다본 선구적 혜안이 바로 동양평화론에 담겨 있습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지도자들이 안중근의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동북아시아의 영원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2019년 9월 16일 안중근의사숭모회 유럽본부 출범식(유럽본부 및 16개국 지회장)
2017년 7월 31일에 개최된 제1회 글로벌 한국사 워크숍에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황식 이사장

이사장님께서는 푸른 눈의 소록도 천사들로 잘 알려진 ‘마리안느’, ‘마가렛’ 간호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85)와 마가렛 피사렉(Margaritha Pissarek·84) 두 사람은 1960년대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가서 근 40년동안 모두가 꺼려하는 한센병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헌신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월급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한국에 와서 70대가 될 때까지 봉사하며 살았던 이들은 2005년,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져 더 이상 소록도에 폐를 끼치기 싫다며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두 천사들의 빈 자리를 실감했습니다. 단지 두 분 간호사들이 소록도에서 오랜 시간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해서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40년 동안 그들이 보여줬던 사랑의 정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알리고자 하는 것에 이 운동의 목적이 있습니다. 현재 저는 ‘마리안느·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리안느·마가렛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올리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는데 벌써 94만명의 인원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간호협의회(ICN) 학술대회의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전 세계 간호사들에게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일생에 대해 알리고 왔습니다. 연설 말미에 5분 정도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소개하는 영상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줬더니 세계 140여개국에서 온 수많은 참석자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이후 행사장에 설치된 부스에는 2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와서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사무총장도 직접 서명했습니다. 마리안느·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천위원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두 분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만, 그 일이 당장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이들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림으로써 우리가 깨닫게 되는 가치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암재단 이사장님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작년 11월에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습니다. 호암재단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생의 경영철학을 후대에 계승 발전시키고 그 유지를 받들어 국가와 인류에 공헌 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치기 위해 1997년 6월에 설립된 공익법인입니다. 호암재단은 호암상 운영, 학술 및 연구사업지원, 호암 생가 개방 및 운영 등의 사회 공익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호암상은 지난해 28회 시상까지 총 143명의 수상자에게 244억 원의 상금을 수여한 권위 있는 학술재단 상입니다. 특히 호암재단은 매년 6월 호암상 시상식을 전후해 호암상 수상자 및 해외석학, 국내 전문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호암포럼을 개최함으로써 다양한 주제에 대한 최신 연구발표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상호교류를 위한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호암재단은 앞으로도 인류 사회 발전에 힘을 보태고 사회에 헌신해오신 분들을 찾아 세상에 알리며 격려할 것입니다. 

장흥 해동사(안중근 사당)에서 헌화 뒤 묵념하는 김황식 이사장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한한 미국 거주 안 의사 증손자 토니 안(안도용)과 함께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추진하고 싶으신 일은 무엇입니까? 

11월에 일본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에서 안중근국제학술회의가 열립니다. 이어 류코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중근의사에 관한 특강을 할 예정입니다. 류코쿠대는 일본 불교 정토진종에서 세운 학교로 안중근의사 수감 당시 뤼순 지역에 교화승을 보낸 인연으로 안중근의사의 유묵 및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어 구마모토 지역에서도 안중근의사에 관한 강연과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일관계가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이럴 때일수록 일본 현지에 적극적으로 안중근의사의 생애와 평화사상을 알려서 얼어붙은 일본인들의 마음을 열고 큰 깨우침을 주려고 합니다. 과거 독일과 프랑스는 수백 년에 걸쳐 서로를 침공하는 앙숙관계였습니다. 나폴레옹은 신성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스스로 황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보불전쟁에서 승리한 후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제국의 성립을 선포하였습니다. 1차 대전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선에 참호를 파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으며, 2차 대전에서 독일 나치는 마침내 파리를 함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의 국경지대에 있던 알자스-로렌 지방은 그 주인이 매번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두 나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희생을 치러가며 서로를 침공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현재 유럽연합(EU)의 큰 기둥으로서 서로 화폐를 공유하고 NATO의 일원으로 공동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또 두 나라는 난민문제나 기후변화,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긴밀히 협조하여 국제사회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바로 안중근의사가 일찍이 <동양평화론>에서 주장하신 내용들을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9월에 오스트리아 빈에 안중근의사숭모회 유럽본부가 개설되었습니다. 유럽본부 산하에는 유럽 각국에 16개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안중근의사 하얼빈의거 11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 유럽 전체에 안중근의사의 평화정신이 널리 깃들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황식 이사장이 제15기 안중근 아카데미 공개강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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