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또 다른 자산운용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일부 펀드의 환매를 연기하면서 ‘라임 사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환매 연기는 증권사들이 펀드 운용 자금을 지원해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어서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할 위험이 제기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오는 28일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오는 567억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 '에이트리'의 환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이후 다른 25개의 펀드(총 설정액 약 1천730억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환매를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알펜루트운용의 이번 환매 연기 사태는 그동안 이 회사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지원한 자금 총 460억원가량을 회수하겠다고 최근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금액 일부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청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에는 계약 만기가 된 TRS 금액에 대해 상환을 요구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경우 펀드 전체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환매가 연기될 첫 번째 펀드인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의 TRS 자금 19억5천만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주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에 투자돼 당장 현금화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문제에 빠졌다.

 

TRS 자금이 들어간 다른 펀드들도 환매 청구 주기가 다음 달 중순께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오는데, TRS 자금을 뺄 경우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TRS 자금이 들어간 펀드 총 26개(총 설정액 2천300억원)가 줄줄이 환매가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TRS 계약을 해지한 모 증권사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PBS 금액 비중을 줄이자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나와 자금 회수를 요청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펜루트운용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자산은 우량하고, 그동안 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그러나 증권사들이 TRS 유동성을 일시에 회수하고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해당 자산을 실제로 팔면 얼마나 될지 가늠이 잘 안 되는 상황이고 다른 펀드들의 환매 연기 여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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