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 5건의 원인이 배터리에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ESS 화재 조사 결과 발표 당시 배터리 자체보다는 외부에 화재 요인이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결국 문제는 배터리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배터리를 생산한 LG화학과 삼성SDI에 비상이 걸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해 8월 30일∼10월 27일 발생한 5건의 화재사고를 조사한 결과 개별 사업장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배터리 이상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SS는 불이 나면 전소되는 특성상 발화지점 배터리가 소실돼 원인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종합적인 조사와 분석을 근거로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개별 사업장별로 보면 충남 예산은 운영 기록을 토대로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분석했고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물질이 가열돼 액체로 변하는 현상) 흔적을 확인했다.

 

같은 시기 같은 모델을 설치한 인근 ESS 사업장에서 비슷한 운영기록이 있는 배터리를 수거해 해체·분석해보니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붙어 있고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석출물(절연유가 방전 현상 또는 화학 변화로 인해 사용 중에 점차 변질하여 생성되는 것)이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

 

강원 평창 역시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으로 분석됐고 과거 운영기록에서 충전 시 상한전압과 방전 시 하한전압의 범위를 넘는 충·방전 현상을 발견했다. 이때 배터리 보호 기능도 동작하지 않았다.

 

유사한 ESS 사업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는 양극판 내부손상이 확인됐고 분리막에서 구리 성분이 검출됐다.

 

경북 군위는 폐쇄회로(CC)TV와 운영기록에서 배터리가 발화지점임을 확인했고 현장 조사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용융 흔적을 발견했다.

 

사고 사업장에서 전소되지 않고 남은 배터리 중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해체·분석한 결과 음극활물질에 돌기가 나 있었다.

 

경남 김해는 CCTV상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한 점과 시스템 운영기록(EMS)을 미뤄봐 배터리가 발화지점이라고 판단했다. 또 그간의 운영기록을 보면 6개월 동안 화재가 발생한 지점의 배터리 간 전압 편차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고 사업장과 비슷한 ESS 사업장의 배터리에서는 양극판 접힘 현상이 발견됐고 분리막과 음극판에는 갈변 현상과·황색 반점이 있어 정밀 분석해보니 구리와 나트륨 성분 등이 검출됐다.

 

조사단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네 군데 사업장의 경우 배터리 이상이 화재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김재철 공동 조사단장(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은 "배터리 이상이 추정된다고는 것은 배터리를 제조할 때에 일부 배터리에서 조금씩 문제가 있었던 점과 과충전, 과방전, 저전압 등 운영상의 문제가 합해져 앞으로 (해당 배터리를) 계속 쓰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배터리를 생산한 LG화학과 삼성SDI에 비상이 걸렸다. 예산과 군위 ESS의 배터리는 LG화학이, 평창과 김해 배터리는 삼성SDI가 생산한 것이다.

 

LG화학 신영준 ESS전지 사업부장은 "조사 결과를 존중하고 중국 난징(南京)에서 생산한 ESS 배터리를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SDI는 자사와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ESS 화재와 인과관계 없다'는 제목의 긴급 설명 자료를 내고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가 화재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의 배터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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