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해외 생산기지가 잇달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공장 ‘셧다운’과 수출절벽으로 인한 경영난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33조원 가량의 긴급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향 수요 감소로 울산 5공장 2라인을 오는 13~17일 휴업하기로 했다. 울산 5공장은 미국 등에 수출되는 준중형급 SUV 투싼을 만드는 곳이다.

 

기아차 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 서산공장과 레이 등 소형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평택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동희오토 서산공장은 6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엿새간 가동을 중단한다. 동희오토는 기아차 레이와 모닝을 전량 위탁생산하는 업체로, 연간 생산량은 24만대 규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모닝과 레이는 생산량의 70%가 유럽 등 해외로 수출돼왔다"며 "최근 코로나19로 딜러망이 마비되고 해외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공장 가동 중단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자동차 부품 공장이 대부분 멈춰서며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유럽산 부품 부족으로 라인별 순환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업계는 사태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외출금지령 등에 따라 영업망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완성차들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욱 많이 팔린다. 지난해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은 104만2732대, 기아차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은 90만704대에 이른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유럽,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생산기지가 모두 멈춰선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동반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는 물론 해외로 부품을 공급하던 부품사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품업계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30% 감소했으며, 4월부터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급기야 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에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체와 부품사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32조8000억원을 지원해줄 것을 건의하고 나섰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및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 노력은 빠르고 효과적이었다"면서도 "해외소득을 발생시켜 국내소득과 국민총수요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수출기업에 대한 혜택은 상대적으로 없는 것은 문제로, 정부가 당초 보호하려고 했던 자영업, 중소기업 등 내수업종을 위해서라도 수출업종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기업어음(1~3차사 납품대금용) 국책금융기관 매입(7조2000억원) ▲신용보증기금의 P-CBO 매입 규모 확대(1조원 이상) ▲금융기관의 만기연장(2조4000억원) ▲완성차·자동차 관련 유동성 공급 지원(7조원) ▲자동차 수출 금융 지원정책 마련(15조2000억원) 등 32조80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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