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호 칼럼니스트

경의선은 경성의 ‘경’과 신의주의 ‘의’를 따서 불리던 철길로 일제가 한반도 지배와 대륙 침략을 위해 1904년부터 1906년까지 2년에 걸쳐 건설한 철로로 용산에서 신의주 간 518.5Km로 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하는 주요 철로로 운수 교통량이 전국 철도 중 가장 많았으나 남북 분단으로 인하여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2009년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광역전철이 개통되고 옛 경의선 철길 중 용산역에서 가좌까지 연결되는 용산선 구간(6.3Km)이 지하화됨에 따라 그 상부에 좁고 긴 부지가 남게 되어 이 지역을 시민들의 문화 산책로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시작하여 2016년 5월 21일까지 가좌역 부근 홍제천에서 용산문화체육센터 부근까지 이어진 총 6.3Km 길이를 경의선 숲길이 조성되었습니다.

경의선 숲길은 과거 철길이 있던 길을 따라 조성됐기 때문에 서울의 번화가를 관통하며 주변 주택, 도로, 골목과 연계되어 있으며 도심과 숲,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로 철길을 따라 소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메타세콰이어, 목련, 벚꽃나무 등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입구나 출구 그리고 안과밖에 없는 공원으로 지하철역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홍대입구역부터 홍제천이 있는 가좌역까지 1.3km 숲길인 연남동 구간은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로 숲길 양옆뿐 아니라 주변 골목골목까지 카페, 식당들이 즐비해 사시사철 데이트족, 젊은 층들로 붐벼 자연의 생기와 도시의 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와 닮았다 하여 ‘연트럴파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의선 숲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있는 기찻길과 간이역 등이 있어 이곳이 과거 철길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은행나무 등 각종 식물의 행렬은 숲길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있습니다.

홍대 앞 와우교부터 서강대역까지의 숲길인 ‘와우교 구간’은 예전 기차가 운행되던 당시 ‘땡땡거리’라 불리던 철도 건널목을 그대로 복원해 놓고 있어 경의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주변에 있는 허름한 선술집들, 오래된 방앗간, 낮은 지붕의 빨간색 집들이 기찻길을 따라 쪼르르 늘어서 있어 ‘기찻길 옆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와우교 구간 중 홍대역 6번 출구 앞에서 홍대 와우교까지의 250m 숲길은 책거리로 조성되어 있어 출판사들이 위탁 운영하는 책방 6동이 마치 열차칸이 이어지듯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책 전시, 판매는 물론 저자 사인회도 자주 열리는 곳으로 산책 도중 잠시 책방에 들러 땀도 식히고 머리도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입니다.

또 다른 구간인 신수동 구간은 서강대역에서 대흥역까지 마포구 신수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약 420여m의 숲길로 이곳은 연남동, 와우교 구간과 비교하면 다니는 사람들도 적고 한가로워서 여유 있는 산책이 가능한 구역입니다.

대흥동 구간은 약 500m의 길에 수백 그루의 왕벚나무와 산벚나무가 봄이면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곳으로 숲길 옆 벤치에서 동네 주민들이 모여 담소하고 산책하는 모습이 평화롭기까지 합니다.

숲길 중간쯤에 조성된 철길 위에서는 소년과 소녀 조각상도 만날 수 있으며 좁다란 철로 레일 위를 떨어지지 않고 오래 걷기 하는 소녀, 기차가 오는지 철로에 귀 기울여보는 개구쟁이 소년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에 잠겨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경의선 숲길의 시작점임을 알 수 있는 새창고개·원효로 구간은 공덕역에서 효창역까지 이어진 구간으로 구불구불한 고갯길과 탁 트인 전망 테라스, 자연 암석 등 옛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용산 지역 개발과 함께 세워진 높은 아파트와 예전 건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일부 차도로 인하여 단절된 구간에서는 잠시 대기하며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기는 합니다만 숲길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활기를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는 여유도 있습니다.

지하철로 효창공원앞역, 서강대역, 홍대입구역, 가좌역 어디에서든 접근할 수 있는 경의선 숲길을 걸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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