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5일 오기형 의원 등 27인의 국회의원이 징벌적 배상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은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을 징벌하고 유사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즉,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에게 징벌적 배상 책임을 부과하고, 징벌배상청구에 관한 소송절차의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어서 2020년 9월 28일 법무부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법무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으로 효율적 피해구제와예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이 향상되어 공정한 경제 환경이 조성되고,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 기반이 함께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상인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제조물책임법 등 일부 분야에 규정된 3~5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상법에 일괄 도입하겠다는 것이며, 국가 등 공법인의 잘못으로 인한 손해 발생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추진된다.

다만, 상인이 상행위로 인한 손해가 아님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적용이 배제되며,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배제·제한하는 특약은 무효로 규정하고 있고, 개정안 시행 이후 최초로 행하여진 행위로 인한 손해부터 소송청구가 가능토록 했다. 이번 징벌적 배상제 도입안에 대해 사회 각계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 되고 있다.

예컨대, 피해를 발생시킨 기업을 정당하게 제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기업에 큰 부담을 초래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소비자권익과 안전 확보를 위해 외부비용의 내부화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강정규)는 성명을 통해 "기업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선진국에서 기업의 책임경영 및 서비스품질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법조인은 "제도 도입 취지는 좋지만 급하게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며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착한 법 만드는 사람들’을 이끄는 김현(64·사법연수원 17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환영한다"며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기업에만 적용해서는 곤란하고, 경제적·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적 강자의 고의적 불법행위에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제조물 책임법, 환경보건법, 자동차관리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개별법을 통해 징벌적 배상의 적용 범위를 확장해 왔으나, 개별법이나 형사적 처벌 규정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보아, 징벌적 배상제 전면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안전과 피해 예방을 담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가 마련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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