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소비자 8대 권리 가운데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기업 과실을 비롯하여 제품이나 서비스 불량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켜주는 권리이다. 그러나 보상을 받지 못한 소비자 고발이 넘쳐나고 있다. 이로 인하여 피해구제 민원 접수창구는 늘 북적거리고 상담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소비자 상담 전화인 1372 핫라인도 붐비긴 마찬가지다. 소비자기본법에서 피해보상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의 자율적 보상 처리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민법상 피해자에 대한 보상기준은 당사자 간의 구체적인 기초 사실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업의 근로자가 피해를 확정하기 위한 기초 사실을 정함에 있어 소비자에게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가? 오히려 기업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유능한 직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회사도 이를 원할 것이다. 소비자기본법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정부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피해 확정을 위한 기초 사실을 정함에 있어 기업 임원과 고객 응대 근로자 등과 악전고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문제는 소비자가 어렵게 입증자료를 제시할지라도 보상에 필요한 기초 사실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초 사실을 회사가 알고도 무시할 수도 있고, 근로자의 무지로 소통이나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자율 보상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원과 고객 응대 근로자가 한 편이 되어 소비자에게 대응하게 되는 현실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 구조를 방치할 경우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사업주에게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객 응대 현장이 필연적으로 고객 폭언이 유발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보상기준 적용을 위해서는 기초 사실이 확정되어야 하는 데 소비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와 목표가 서로 다르니 충돌할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가 보장되려면, 법령과 보상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이를 적용하려면 구체적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들은 본의 아니게 고객 응대 근로자에게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고, 고객 응대 근로자는 회사 규정을 설명하다 소비자에게 상처받기 쉬운 상황에 빠진다.

결국, 보상을 위한 기초 사실 확정 과정이 지연되거나 공정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소비자들은 항의가 불가피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회사를 지켜야 하는 고객 응대 근로자도 피해가 없을 수 없으므로 이 양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때이다. 이제부터라도 고객 응대 근로자와 소비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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