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대법원 홈페이지
사진출처: 대법원 홈페이지

  얼마 전부터 자동차에 이상을 느낀 소비자 J모 씨는 인근 정비업소를 방문하였다. 정비업소에서 상담을 마친 J모 씨는 교환할 부품과 수리비가 어느 정도인지 문의하였다. 정비사는 부품 가격의 경우 재생품을 사용할 때와 정품을 사용할 때 다르므로 부품대리점에 문의해 보아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공임은 수리가 끝나야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결국 J모 씨는 정확한 수리비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정비업소를 믿고 수리를 맡겼다. J모 씨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격도 모르고 승낙을 하게 되는 현행 거래 시스템에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소비자 불만이 이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지속되어 자동차관리법에 자동차 정비 전에 견적서 교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34조 제2항에서는 정비업자는 정비를 의뢰한 소비자에게 점검ㆍ정비 견적서와 정비 후에 자동차 점검ㆍ정비명세서를 발급하고, 사후관리 내용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무상으로 수리를 하거나 동 규칙 제132조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품을 정비하는 때에는 견적서 발급을 면제하고 있다.

그런데 견적서 발급을 면제하고 있는 동 규칙 제132조에 명시된 정비 항목이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관계로 거래 당사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즉, 견적서 발급이 면제되는 정비사항을 보면 Oil 보충ㆍ교환 및 세차를 비롯하여 Air-Cleaner Element 및 휠터류의 교환, 전조등 및 속도표시등을 제외한 배터리ㆍ전기 배선ㆍ전구 교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밖에도 고전원 전기장치를 제외한 기타 전기장치의 점검ㆍ정비, Water-Pump를 제외한 냉각장치의 점검ㆍ정비, 휠 얼라인먼트를 제외한 타이어의 점검ㆍ정비, 범퍼ㆍ본넷트ㆍ문짝ㆍ휀다 및 트렁크리드의 교환을 제외한 판금ㆍ도장 또는 용접이 수반되지 않는 차내 설비 및 차체의 점검ㆍ정비 등 수리 및 정비영역이 너무 넓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뿐만 아니라 정비업자가 견적서를 발급해야 한다는 의무는 명시되어 있으나, 발급 시기가 계약체결 전에 제공해야 하는지, 정비 후에 제공해도 되는지 가부가 불명확하여 소비자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즉, 견적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투명하게 거래하지 않는 Black-Company를 만나면 위에서 소개한 J모 씨와 같이 소비자피해를 겪게 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계약성립을 위해서는 거래대금과 상품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 간 의사의 합치가 필수 요건이다. 따라서 정비계약에 있어 수리 대금은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정보이다. 물론 조건을 달거나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특약은 언제든지 당사자 간 합의로 추가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견적서 발급 시기가 모호하거나 견적서 발급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 정비 항목이 너무 광범위하게 명시된 현행 규정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즉,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34조 제2항은 정비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자동차 정비계약서에 수리비가 명시되는 쾌적한 소비 환경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