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고객센터 ARS를 들을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1차 피해에 이은 2차 피해로 가중적 고통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공급자로부터 늘 피해를 경험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모든 공급자가 제공하는 상품거래에 하자나 채무불이행이 내재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밖에 쌍방 책임 없는 이행불능도 있고, 불법행위 책임도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공급자가 피해 고객을 위한 사후구제 창구를 운영하는 일은 당연한 일상 업무로 받아들여져 왔고, 피해 고객도 공급자로부터 입은 1차 피해에 대하여 처벌요구나 비난보다는 보상으로 신속히 마무리하는 관행에 대해 별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살아왔다. 정부에서도 이 점을 고려하여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을 제정하여 자율적 해결을 촉진해 왔다.

그러함에도 ARS 안내내용이 구제를 요청하는 피해 고객을 비정상인으로 대하고 있어 2차 피해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ARS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내용 때문이다. 그 내용을 보면 전화 건 고객이 범법 후보자로 낙인되어 있다. 즉, 상담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는 정신이상자이거나 폭언과 욕설을 밥을 먹듯이 하는 정신병자임을 전제로 안내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소비자가 무슨 이유로 악성 고객 교육을 반복해서 받아야 하는지, 이와 함께 상담내용이 녹취된다는 협박을 받으면서 보상청구나 피해구제를 요청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중요 사실은 국민 모두 서로서로 소비자 입장도 될 수 있고, 공급자 입장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국민이 소비자일 때는 예민하면서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게 되고 공급자일 때는 왜 초조해하거나 급해질 필요가 없는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보상의무자와 피해자는 속성이 달라, 피해자 입장일 때와 보상의무자 입장일 때, 그 입장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피해자 입장이라는 것은 한시적 취약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신속한 피해가 구제될 때까지 고객은 초조한 마음으로 한시적 취약계층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예민해질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를 인정하여 소비자기본법에서도 소비자의 보상받을 권리를 소비자 8대 권리의 하나로 명시하고 소비자 보호 기구 설치 등을 통해 피해자 보호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고객 응대 근로자나 소비자기본법이 적용되는 피해 고객 모두 국가 보호를 받는 취약계층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되는 기초 사실은 이러한 두 명의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하는 법정 의무가 사용자나 공급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즉, 피해로 발등에 불붙은 소비자에게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 의무가 떠넘겨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용자나 공급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소비자기본법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헤아려 ARS 안내내용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1조에 음성안내 규정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피해 고객을 울리는 내용으로 안내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공급자의 품위에 걸맞고 천박하지 않은 음성안내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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