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국정 품질 한 차원 높여...(사진=대통령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국정 품질 한 차원 높여...(사진=대통령실)

지난 5월 10일 새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한 건 유례가 없다. 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할 때마다 현관에서 취재진과의 즉석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대국민 소통을 늘리기 위해 권위주의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 돌려주고 용산 대통령실을 선택했던 그 결단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청와대 출입 기자들마저 대통령을 마주치기 어려웠던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대통령이 출근 대신 외부 장소나 행사에 직행하는 날을 빼곤 매일 아침 30~40명의 취재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대통령을 기다린다.

국민은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여론의 비판을 듣기라도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주권자 권리이고, 세금을 내는 데 따른 응답이다. 대통령의 Door-Stepping은 그런 바람을 충족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지, 국정에 대한 분노나 환호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소통품질은 높아진다.

대통령이 매일 기자들 앞에 서면 각 중앙 부처나 대통령 직속 행정기관은 물론 공직사회 전체가 긴장하는 효과가 있다. 국무총리나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할 것 없이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하기 힘들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비롯하여 민심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데 어느 공직자가 이를 모르는 척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의 Door-Stepping은 적잖은 위험 부담도 안고 있다. 장관이나 참모들이 말을 실수하거나 잘못된 입장이 표출되면 대통령이 나서 정리하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 말은 사후에 정리해 줄 사람이 없고, 대통령 메시지 하나하나가 최종 명령 또는 최후 의사결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을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의 Door-Stepping 현장에는 방송 카메라 기자 3~4명, 사진기자 5~6명, 취재기자 20여 명이 자리를 잡아 정식 기자회견과 비교해 전혀 가볍지 않다. 그래서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에서도 Door-Stepping 횟수를 줄이거나,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한번 줄이면 다시 늘리기 어렵고, 임기 후반으로 가면 흐지부지 없어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국민 소통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기자들도 대통령의 Door-Stepping으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즉, 대통령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일찍 기자실에 도착해 뭘 물어볼지 구상해야 한다. 질문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다른 기자들보다 더 일찍 나가 대기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일 매일 고된 취재가 계속되다 보니 풀 기자를 정해 취재 내용을 공유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취재 목적과 관심사가 다른 수많은 언론 매체들의 이해관계와 기자 사이 취재 경쟁으로 조율은 쉽지 않다. 그래도 기자들은 매일 대통령의 출근길을 지킬 것이다. 새롭게 시행한 Door-Stepping이 국정 품질을 높이는 첫걸음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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