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포스트DB=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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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포스트=정진규 기자] 소비자 A 커플은 몇 달 전 한정판 남녀 명품 가죽 운동화를 하나씩 샀다. 함께 외출 할때 아끼며 착용하다 장마 후 신발 클리닝을 위해 세탁소에 맡겼다. 남자 운동화는 남자 집 가까운 세탁소, 여자 운동화는 여자 집 가까운 세탁소에 맡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자 집 세탁소는 하얗게 클리닝이 잘 되었는데 남자 집 세탁소는 누렇게 변색이 되고 말았다.

남자 소비자 S 씨는 원래 운동화와 너무 달라 운동화가 바뀌어 배달된 것으로 알고 원래 운동화를 달라고 했다. 세탁소는 신발이 바뀌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는 만일 바뀌지 않았다면 세탁이 잘못되어 제품이 훼손된 것이니 피해를 보상하라고 했다. 세탁소는 운동화의 경우 제품 내용 년 수가 1년이니 구매를 한 지 1년이 넘으면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했다.

세탁소에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하냐고 하니 정부가 고시한 피해 보상기준에 적혀 있다고 했다. 소비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단 신발 피해 보상기준을 찾아보니 신발의 내용 년 수가 가죽 신발은 3년, 가죽 신발이 아닌 제품은 1년으로 되어 있었고, 내용 년 수가 1년인 신발의 예시 품목으로 고무신과 운동화가 적혀 있었다.

소비자 S씨는 고무신과 운동화를 같은 기준으로 내용 년 수 1년으로 예시하고 있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또한, 운동화도 만든 소재에 따라 가죽 운동화, 비닐 운동화, 직물 운동화 등 다양하고, 용도에 따라 탁구화, 골프화, 볼링화, 테니스화, 요가화, 체조화, 헬스화, 조깅화, 마라톤화 등 다양한 데 이를 한 데 묶어 하나로 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더군다나, 가죽 소재 구두는 세탁을 의뢰하는 사례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년 수 3년 신발로 예시함에 따라, 가죽 소재 운동화의 경우 1년 적용인지 3년 적용인지를 놓고 사 업자와 고객 간에 싸우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처럼 허술하고 엉망인 피해 보상기준을 방치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고시한 세탁물 피해 보상기준이 강제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상기준이 강제 효력이 발생하려면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가 보상기준으로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합의도 없이 세탁물 피해 보상기준의 1년이라는 내용 년 수를 운동화에 법률처럼 적용하려는 사업자가 많다. 이는 1년의 내용 년 수를 적용하는 것이 사업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운동화 세탁 피해 보상기준은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한시적 취약계층으로 보아 이를 보호하고자 피해 보상기준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터에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피해 보상기준을 존치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 보호 행정기관의 직무 유기이기도 하고 국정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루속히 세탁물 피해 보상기준 가운데 운동화 내용 년 수를 1년으로 획일화하지 말고, 소재별로 용도별로 세분화하여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운동화 세탁 보상기준이 민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불리하다면 어찌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피해 보상기준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소비자가 두 번 울지 않는 보상기준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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