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향악단의 유럽투어 콘서트에 유럽 클래식 고수 청중을 사로잡을 곡의 연주가 없다?"

지난 8월 16일과 8월 21일 오후 8시에 서울시향과 부천필의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가 각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유럽투어 프리뷰라는 말이 느껴지듯 맛보기 차원의 사전 출정식을 알리는 말 그대로 프리뷰 콘서트 형태였다. 하지만 협연자가 현지에서 있게 될 서울시향과의 협연 김선욱과 부천필과의 협연 클라라 주미 강을 대신해 서울 무대에선 신예 피아니스트 임주희와 김봄소리가 협연에 나서 서울에서의 프리뷰 콘서트가 현지에서의 열기 만큼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서울시향의 드뷔시와 라벨 음반에 대해 Wolgang Staehr가 평한 바대로 '리듬감과 우아함, 광포한 열정'을 서울시향이 후반부에서 연주한 드뷔시의 '바다'나 라벨의 '라 발스'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나 5월 23일 있었던 더 브릴리언트 시리즈 서울시향-정명훈의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연주에서 호연을 보인 신예 피아니스트 임주희의 호쾌한 카리스마 연주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은 프리뷰 콘서트의 수확이다.

▲ 신예 피아니스트 임주희의 호쾌한 카리스마 연주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은 프리뷰 콘서트의 수확이다. (사진: 서울시향)
부천필 역시 대타로 나온 다양한 레퍼토리의 라이징 스타 김봄소리를 발견한 수확의 기쁨과 브람스 전곡 연주의 저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천필의 웅장하고 섬세한 사운드의 브람스 교향곡 제4번의 열연이 돋보였다. 이번 프로그램들이 서울시향의 경우 정명훈 예술감독이 독보적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음악과 깊은 감정이 표현되는 러시아 음악,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진은숙의 협주곡 등을 안배한 프로그램들이고 부천필의 경우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의 연주로 유럽무대에서 통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의 연주력을 보였지만 걱정되는 것은 유럽 클래식 고수 청중들을 사로잡을 소위 고수들이 듣는다는 말러와 브루크너, 바그너등의 연주 레퍼토리들이 빠져 있어 서울시향이나 부천필의 연주투어가 다소 현지에서 비중이 적게 취급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다행히 8월 21일 첫 공연지였던 핀랜드 투르쿠 페스티벌에선 정감독이 현지 인터뷰를 통해 피력한 대로 "고전과 낭만, 현대음악의 좋은 밸런스를 청중에게 제공하려고 시도한 것"이 주효하고 서울시향의 변통이 자재로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많은 관객들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메라노 페스티벌 두번의 공연도 모두 매진 사례를 이룰 만큼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핀랜드의 투르쿠 페스티벌이나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이탈리아 메라노 뮤직 페스티벌등이 현지의 여름철 클래식 페스티벌이다 보니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라 발스'등 색채감 짙은 곡들의 선곡이 적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을 선정했다는 취지에서 서울시향과 부천필이 최근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해온 말러 교향곡등이 선곡되지 않은 점에선 유럽의 고수 클래식 매니아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
더우기 서울시향은 단원들 스스로 말러 스페셜리스트들로서 자부할 만큼 최근 말러교향곡 9번이나 말러교향곡 4번, 말러교향곡 5번등에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아오던 터여서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악축제 6천명 수용의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에서 만큼은 말러교향곡 한곡쯤은 연주곡목에 포함됐더라면 국내 교향악단의 위상제고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들과 겨루면서 유럽 고수 클래식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아쉬움은 부천필에게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졌다시피 부천필은 국내에서 말러교향곡 전곡 연주로 말러 신드롬까지 불러온 연주단체였던 만큼 이런 붐이 국내용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유럽투어 무대에서 편성이 큰 말러와 브루크너 곡들이 연주곡목으로 선정됐었어야 했다. 그래서 부천필의 경우는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선 8월 21일의 서울 프리뷰 콘서트에서 앵콜곡으로 들려준 마지막 4악장의 인상적 연주를 들려준 드보르작 교향곡 제8번이나, 뮌헨 헤라클레스홀에서는 당초 메인 교향곡으로 삼았던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비엔나 무지크페라인홀에서는 말러나 브루크너 교향곡등의 레퍼토리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었더라면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되지 않을까.

▲ 부천필은 유럽 연주투어에서 레퍼토리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었더라면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 부천필)
서울시향은 김선욱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드뷔시 '바다', 라벨의 '라 발스'에 이어 8월 23일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선 다시 김선욱과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을 연주하고 부천필 역시 전상직의 관현악을 위한 크레도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35(클라라 주미강 협연)및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을 유럽투어 세번 무대에서 같은 프로그램들로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프롬스에서 스웨덴라디오심포니가 다니엘 하딩 지휘로 말러교향곡 제2번, BBC심포니가 말러교향곡 제1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앨런 길버트 지휘로 말러교향곡 제3번을 연주하거나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서 Tonkuenstler 오케스트라가 켄트 나가노 지휘로 말러교향곡 4번, 상트 페테르부르크필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그리고 Filarmonica della Scala di Milano가 다니엘 하딩 지휘로 말러교향곡 제1번의 연주가 예정돼있는 것을 보면서 이번 국내 교향악단들의 유럽투어가 진정한 K-클래식의 팡파레가 되기에는 연주곡목들의 선정부터 다소 유럽 클래식 고수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미흡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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