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부속병원/국립암센터=사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국립암센터=사진

[컨슈머포스트=정진규 기자] 며칠 전 소비자 A씨는 동네에 소아과 의사가 없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14개월이 갓 지난 아기가 야간에 고열과 구토로 고통스러워했으나 진료 받을 곳이 없었다. 응급실이 있는 유일한 동네 병원에 전화했으나 소아과 의사는 없다고 했다. 그 곳은 철원군 갈말읍이었다. 철원군청도 그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고 보건소도 소아과 진료 환경의 문제를 인정했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한 저출산 대책 마련이 국가적 과제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지방에서는 소아과 의사가 없어 난리다. 아기가 경각을 헤매는 아픔에 시달려도 엄마들이 달려갈 곳이 없다. 헌법에 보장된 아기의 진료권조차 확보되지 않고 있는 지방이 많은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소아과 의사가 부족한 육아 환경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빠른 시일 내에 의사 수를 늘리고 소비자 수요에 맞는 진료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는 우리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지방 의료기관에 의사들이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에 대한병원협회는 의사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정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런 명백하고도 객관적인 수치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선진국에 비해서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치 문제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숫자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근거 자료로 제시되는 수치가 OECD 통계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한국이 2.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한국은 한의사가 포함된 수치여서 의사 수만 놓고 보면 더 적다는 지적이다. OECD 평균은 3.4명이다. 이를 토대로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의사 수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가 증원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당장의 아기 진료권 확보가 시급하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아기를 쳐다보면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지금의 육아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지금 같은 육아 환경을 만들어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르라고 독려하는 국가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서울의대 김 윤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OECD 평균까지 올리려면 현재보다 2.78배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골든타임 이내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런 현상을 배제한 채 우리나라 의사 수가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지금은 의대 정원을 조속히 늘려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즉, 지역별, 진료과목별 분포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양적으로 수를 늘리는 게 핵심 과제이다. 하루 속히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 이렇게 늘어난 인력을 의사가 부족한 곳에 배치하는 정책과 의료 취약지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같이 추진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아픈 아기를 바라보며 울어야만 하는 엄마가 없기를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