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사진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사진

[컨슈머포스트=정진규 기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스포츠에서 시작된 말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축구에서 운동장이 기울어지면 한 쪽이 불리한 입장에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전 후반 진영을 바꿔가며 경기하는 규칙이 도입되었다. 최근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어 쓰이고 있다.

물론 스포츠경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운동장 말고도 햇빛이나 바람, 장비 등 수 없이 많다. 그동안 스포츠 지도자들은 공정한 게임을 위해 필요한 규칙을 수없이 만들어왔고, 지금도 계속하여 공정성을 위한 규칙을 추가하고 있다. 스포츠계의 이러한 노력과 달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하는 우리나라 정치계는 이러한 역할에 매우 인색하다.

자유민주주의나 자유시장경제를 가동함에 있어 공정성을 담보하는 일은 스포츠경기 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 따라서 국가제도의 운영은 스포츠 경기 운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룰을 발굴하여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치계는 상생과 공정의 운동장이 아닌 반칙과 분열의 운동장을 만들어 놓았다.

한 정치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안이 발생하면 무조건 약자를 향해 대책 없는 사이다 발언만 하면서 이해 당사자 간 갈라치기로 국민 분열만 조장하고 있고, 한 정치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디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안이 발생해도 해결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모호한 입장을 취해 약자의 원망을 사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헌법이나 법률에서 채택한 제도가 영원히 완벽하기 어렵다. 스포츠처럼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불공정한 요소가 나오게 마련이고 이를 발견하면 새로운 룰을 찾아 보완해 나가듯이, 국정 운영 과정에서도 불공정한 요소나 부작용이 발견되면 꾸준히 해결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새로운 룰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역할은 법치 현장에서 실정법을 집행하는 직업공무원이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법치 현장 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정치 현장에서 국가의 방향을 이끌어 가는 정치인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치인의 역할이 활성화될수록 정당은 국가발전을 위한 좋은 품질의 정책을 국민 앞에 내 놓게 될 것이다.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해 보완해야 하는 정책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크게 둘로 나누면 자유경쟁, 효율, 사적자치를 베이스로 산업진흥 및 부국강병을 실현하는 성장정책과 동반성장, 상생, 공적분배를 베이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나가는 복지정책으로 구분된다. 성장과 복지 정책은 모두 국리민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두 가지 핵심 정책이다.

다만, 산업진흥 및 부국강병 정책은 경제계나 군인 또는 학계나 직업 공무원 등 다양한 곳에서 정교한 정책이 양산되고 있어 정치인은 이를 선별 추진하기도 바쁜 상황이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정책은 정치인이 직접 내 놓지 않으면 생산하는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사명을 다해 줄 거인의 출현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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