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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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포스트=정진규 기자] 작년 12월 5일 국회는 소비자보호제도를 농단해 왔던 사업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즉, 수소법원의 소송중지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한 소비자분쟁조정결정이 내려질 것이 예상되는 경우 조정안 결정통지 전 단계에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조정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기본법은 분쟁조정 효력을 재판상 화해와 동일하게 규정하면서, 분쟁조정 중에 일방당사자에 의해 소송이 제기되는 때에는 분쟁조정절차를 중지하고, 소송 결과에 따르도록 하고 있었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하여 이를 악용한 기업들이 시간적·경제적 측면에서 취약한 소비자에게 조정중단과 함께 소송을 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국회는 분쟁조정절차와 소송이 경합하는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조정이 있을 때까지 소송이 중지될 수 있도록 하여, 소송을 악용하는 기업 행태를 차단함으로써, 소비자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한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자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이 법안은 2020년 6월 16일 박용진 의원 등 12인에 의해 발의되었다.

이후 이 개정안은 2022년 12월 5일 국회에서 통과되어, 2023년 6월 20일 공포 되었고, 금년 12월 21일 시행 예정에 있다. 주요 내용은 기업의 소송을 접수한 수소법원(受訴法院)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사건에 대하여, 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조정위원회는 해당 사건의 조정절차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조정위원회는 조정이 신청된 사건과 동일한 원인으로 다수인이 관련되는 동종·유사 사건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조정위원회 결정으로 당해 사건 조정절차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정안과 유사한 입법례로는 환경분쟁조정법상 재정신청 사건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조정신청 사건에 도입·시행되고 있는‘소송중지제도’가 있다.

금번에 도입한 제도는 수소법원이 소송절차를 중지하면, 위원회가 분쟁조정절차를 재개하도록 함으로써 조정제도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크다. 다만 앞으로 소비자 피해구제 실효성 제고와 관련하여 보완할 과제가 남아 있다. 즉, 소비자기본법상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절차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다수인 관련 동종‧유사사건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조정결정이 있어도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분쟁조정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소송 중인 동종 유사 사건에 대한 조정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이 경우 소비자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저해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어, 향후 보완이 요구된다.

그동안 기업은 분쟁조정과 소송의 경합 시 분쟁조정 단계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조정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면, 법원에 민사조정이나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조정을 중단시키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염치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 법령의 허점을 이용해 소비자 가슴을 울리는 기업이 없기를 바라며, 소비자 권익이 숨 쉬는 시장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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