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문고=사진
국민신문고=사진

[컨슈머포스트=정진규 기자] 소비자A씨는 얼마 전, 신문고를 통해 질의 민원을 신청하였다. 이후 A씨는 담당 부처 선정과 담당자 배정 절차를 거쳐 담당자가 작성한 답변 내용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그 이유는 질의한 내용과 답변 내용이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을 생략해 버렸으며, 엉뚱하게도 질의하지 않은 내용을 두서없이 답변이라고 작성하였기 때문이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질의민원ㆍ건의민원ㆍ기타민원 및 고충민원의 처리기간 및 처리절차 등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정한 대통령령 제18조에서, 민원인은 민원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행정기관의 장 또는 감독기관의 장에게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원인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항목으로는 첫째, 행정기관장이 위법하게 민원 접수를 보류ㆍ거부하거나 접수된 민원문서를 부당하게 되돌려 보낸 경우를 비롯하여 둘째, 행정기관장이 관계 법령 등에서 정한 구비서류 외의 서류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와 셋째, 민원처리법 제17조 또는 제18조에 따른 민원의 처리 기간이 경과된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A씨처럼 불성실한 답변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시정 요구 절차는 아직 없다. 다만 민원인이 답변에 대해 자율적으로 작성하는 고객만족도 평가가 있을 뿐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무성의하고 엉뚱한 답변에 대한 시정 요구가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 아울러 불성실한 답변으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고를 운영 관리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질의 민원에 대한 답변 실태를 조사하고, 전문가 진단 의견을 참고하여 답변 품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답변 품질을 높이는 일은 행정부가 먼저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이 순서이지만, 국회가 나서 소관 상임위를 중심으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절차를 통해 실태를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엉터리 답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난 뒤에 과학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중점 관리 점검 포인트를 조사 설계에 반영하고, 답변 품질을 저해하는 위반 유형이 무엇인지 명확히 분류하여 세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위반 유형이 산출되는 환경 요인도 함께 살펴야 한다.

예컨대 답변 품질을 저해하는 위반 유형으로 첫째 민원인이 질의한 내용을 답변하지 않는 유형, 둘째 민원인이 질의하지 않은 내용을 답변하는 유형, 셋째 질의한 내용과 다른 엉뚱한 내용으로 답변한 유형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품질을 저해하는 위반 유형이 왜 출현하게 되는지 그 배경이 되는 환경 요인은 무엇이 있는지 함께 진단될 필요가 있다.

물론 질의 민원에 대한 답변이 모두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어떠한 답변은 민원인이 감동할 정도로 성실하게 작성된 사례도 있다. 우리가 지금 문제로 인식하여 개선코자 하는 부분은, 계속되는 최악의 답변과 평균 품질 이하의 답변 방지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민원인을 울리지 않는 행정, 국민 가슴이 아프지 않은 국정이 구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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