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대법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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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사설] 소비자A씨는 기초자치단체인 철원군에 피해구제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요지는 기초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버스터미널에서 피해를 입은 사건이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보호 담당 공무원이 소비자피해구제 법령을 모른다는 것이다. 즉, 버스터미널 이용 과정에서 입은 소비자피해구제와 관련하여 자신들이 도와 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A씨는 소비자보호 담당 공무원에게 소비자8대 권리보장을 위한 소비자기본법 제6조에 따른 책무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해당 직원은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철원군 소비자보호조례를 아느냐고 물었다. 해당 직원은 해당 조례가 없다고 답변했다. 답변을 들은 소비자A씨는 담당 직원에게 소비자보호조례 제정을 건의하고 전화를 끊었다.

헌법 제124조와 소비자기본법 제6조에서는 소비자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책무를 정하고 있다. 즉, 국가 및 자치단체에게 소비자피해구제 등 8가지 기본적 권리가 실현되도록 하기 위하여 소비자보호운동 보장 및 관계 법령 및 조례 제정 책무를 비롯하여 행정조직의 정비 및 운영 개선, 관련 시책의 수립 및 실시 등의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

또한 소비자기본법 제7조는 지방자치단체 책무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국가가 소비자권익과 관련된 지방행정조직의 설치ㆍ운영 등에 관한 지원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자치단체가 소비자 권익 증진에 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소비자단체나 한국소비자원에게 소속 직원의 파견을 요청할 경우, 파견 경비 지원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법제처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기초 자치단체를 포함하여 총 101개의 소비자보호 조례가 제정 등록되어 있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조례 제정이 완료되어 수차례 개정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국 226개의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에는 아직 조례조차 제정되지 않은 곳이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을 포함하여 140개나 된다.

결국 철원군을 포함한 140개 지방자치단체는 소비자기본법 제6조의 소비자보호조례 제정 책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가 해당 자치단체에 조례 제정을 건의하고 담당 직원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해도 이를 묵살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소비동력이 곧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원리를 모르는 인식 수준도 문제이다.

소비자보호조례가 없으면 이를 집행하기 위한 예산 편성이 불가하고, 소비자보호행정 예산이 수립되지 않으면, 물적 설비와 인적 설비 가동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보호행정은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 또한 민생을 챙겨야 할 대표자들이 모인 곳인데 이 곳 조차 조례 제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은 지역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세월 우리나라는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를 넘어섰고, 노동 운동으로 열악한 노동 여건을 개선하면서 선진국을 향해 부단히 달려 왔다. 이제는 남은 과제는 소비자운동을 통한 국정품질과 경제품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운동의 완성을 통해 자본독점, 부당카르텔, 양극화, 불공정 경쟁 등의 폐해를 넘어 소비자가 웃는 세상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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