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매 금지'조항 스스로 시정토록...리셀시장 활성화 전망

샤넬 매장 앞
샤넬 매장 앞

[컨슈머포스트=조창용 기자] 정부가 '재판매 금지'를 규정한 주요 명품 브랜드의 불공정 약관 시정에 나섰다. 그동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인기 제품을 구매한 후 재판매하는 리셀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국회나 언론 등에서 유명브랜드의 재판매 금지 약관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이에 공정위는 작년 12월 명품플랫폼의 불공정약관 시정에 이어, 소비자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유명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 적용되는 약관을 직권으로 검토해 재판매금지 조항을 비롯한 10개 유형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함으로써, 유명브랜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했다. 명품업계에서는 재판매 목적의 구매를 막기 위한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당근마켓'이나 중고 명품 플랫폼 같은 리셀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나이키와 샤넬, 에르메스 등 3개 브랜드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재판매 금지 조항과 저작권 침해 조항, 사업자 면책 조항 등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표적 불공정 약관으로는 고객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경우 계약 취소나 회원 자격 박탈 등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리셀 금지' 조항이 꼽힌다. 나이키는 '귀하의 주문이 재판매 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당사가 믿는 경우 판매를 제한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권한이 있다'는 문구를, 샤넬은 '구매 패턴상 재판매 목적이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뒀다.

공정위는 구매 이후 제삼자와의 계약을 무조건 제한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매한 물건의 처분 결정 권한은 구매자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매 목적의 구매인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 없이 사업자 판단에 따르도록 한 점도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고객의 상품평 등 소비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회원 동의 없이 회원의 게시물을 수정하는 등 편집할 수 있게 하거나, 회원의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판매자와 구입자 간 귀책 사유를 따지지 않고 사업자의 모든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과 포괄적 사유에 의해 판매자가 자의적으로 계약이나 주문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 등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다. 사업자들은 이 같은 정부 압박에 지적받은 불공정 약관 조항을 모두 스스로 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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