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제공]
이승열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제공]

[컨슈머포스트=조창용 기자] 지난 2019년 하나은행(은행장 이승열)에서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DLS(파생결합증권)에서 4000억원대 투자 손실이 일어났을 때도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초고령자에 대한 불완전 판매였다.

당시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이 상품 개인 투자자 3004명 중 60대 이상이 1462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금감원 조사에선 귀도 들리지 않는 90대 노인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등 고령층에 대한 불완전 판매 사례가 상당수 드러났다.

이후 금융 당국은 고령자에 대한 고위험 파생 상품 판매 관리·감독 강화에 나섰지만, 은행권의 불완전 판매가 근절되진 않은 것이다. 이번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주요 은행들이 이 상품 전체 판매액 중 거의 절반을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엔 90대 이상 초고령자에게 판매한 91억원도 섞여 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은 11월 말 기준 13조5790억원이다. 이 중 6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된 것이 6조4541억원으로 47.5%였다. 60대(60~69세) 고객은 전체 연령대 중 홍콩H지수 연계 ELS를 가장 많이 보유(32.1%)하고 있었다. 그다음이 50대(30.8%), 40대(14.1%), 70대(13.8%), 30대(4.8%) 순이었다.

판매 잔액이 아닌 고객 수로 집계해 보면 60대 이상이 6만2550명으로 이 상품 보유자 중 40.9%를 차지했다. 60대 이상 고객 1명당 평균 1억318만원꼴로 가입한 셈이다. 60대 미만 고객들의 1인당 평균 투자액(7869만원)보다 30%가량 많다. 은퇴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목적으로 예·적금에 돈을 넣듯 목돈을 집어넣은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초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ELS 상품 구조에 대해 파는 사람조차도 어떤 상품인지 모르고 판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을 조사해서 불완전 판매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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