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전업카드사, 불황형 소비에 무이자 혜택 축소

[컨슈머포스트=조창용 기자]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할부카드수수료 수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총 2조3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201억원보다 35.8% 증가한 수치다. 하나카드(대표 이호성)가 1418억원으로 75.2% 늘며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65.3% 증가한 3451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할부 수익을 가장 많이 거둔 곳은 삼성카드(대표 김대환)였다. 이 회사의 할부카드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3분기 4930억원에서 올해 3분기 6211억원으로 26.0% 증가했다.

2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년 새 국내 카드사들의 할부카드수수료 수익이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서민층의 불황형 소비가 늘어난 데다, 카드사들이 불어난 조달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혜택을 축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4개 카드사 역시 할부 수익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신한카드(3664억원, 33.0%↑), 롯데카드(3664억원, 33.0%↑), 현대카드(2660억원, 20.8%↑), 우리카드(1631억원, 35.3%↑) 등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7개 카드사의 할부카드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9년 1조9366억원에서 2020년 1조9338억원, 2021년 2조245억원으로 소폭 늘다가, 지난해 2조4133억원으로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 연간 수익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하면서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최대 3개월로 그 기간을 축소했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의 할부카드수수료 수익이 늘었다는 건 단기 할부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경기침체, 물가 상승 등이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불황형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카드사의 할부수수료율은 최고 연 19.9%로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근접한 상황이다. 무이자 할부 축소로 카드사의 부담이 줄었으나, 그만큼 소비자 혜택도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조달상황이 다소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업황이 지속 악화하고 있어 카드사의 할부혜택 축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방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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