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우 단국대 교수 -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건 약 6억 5천만년 전이다. 화산의 폭발로 해로운 가스가 지구를 뒤 덮이게 되어 질식하였거나 운석과 지구의 충돌로 거대한 먼지가 햇볕을 가려 땅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 얼어 죽었다는 가설이다. 이둘 중 어느 하나도 멸종의 완전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그런 환경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같은 종에 가까운 도마뱀들은 살아남았으니 말이다. 어떻든 그들은 자기가 사는 환경의 변화를 극복하거나 적응하지 못한 것이 멸종의 ‘결과적 원인’이 되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합병문제가 논란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두 은행이 합하게 되면 관치금융을 확산하여 금융시장을 후퇴시키고 민영화를 어렵게 하고 지연 시키므로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두 은행을 더하게 되면 메가 뱅크 덩치만 커졌지 시너지 효과는 없고 대신, 중생대 말기의 공룡과 같이 격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하지 못하고 스스로 멸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인 듯하다. 실제, 이들두 ‘도토리 은행’을 합하게 되면, 자산합계가 약 3조 달러가 된다. 국내에서는 제일 큰 규모가 되어, 세계은행 중 자산순위로는 가까스로 54위권에 가까워진다. 그래도 국제금융시장에서 대형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규모다. 국제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나 큰 건설 프로젝트를 따기 위하여 은행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데, 대개 자산순위 세계 30위 이내가 되어야 무난하다.민영화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도 설명은 궁색하다. 이들 은행들의 민영화하겠다는 게 어제 오늘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경우는 10여 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다. 이대로라면 기약하기도 어렵다. 도리어 인수, 합병으로 제대로 된 상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비로서 제값을 치르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설지모를 일이다.어느 은행의 주도로 합병이 이루어지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정파적인 목적이 아닌 국가 경제적 차원이라면 그 것으로 족하다. 금융산업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키우는 게 급하다. 언제까지 미국이나영국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가면서 수주활동을 해서야 절름발이 구조다.변해야 산다(Changes is rule) 의 저자 Holland는 변화를 두려워하면 내일은 없다고 한다. 100여 기업을 분석하여 얻은 현실적인 경험을 얘기한 거다. 기회는 오직변화일 뿐이라고 그는 단언한다.IMF 금융위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한 차례 기회이었으나 허겁지겁 생존하는 데 급급하여 지나쳤다. 해당 은행들이 자신들이 스스로 변화할 여력을 충전하지 못하였다면 이 번이 오히려 기회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적어도 10년만이라도 앞을 보자. 도토리 몸집으로 스모 금융정글에서살아남은 은행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일본은행들이 어떻게 커졌는가를 보면서, 또한 이웃 중국은행들의 무게가 무섭지 않다면 미래는 진게임이다. 공짜 점심이나 주겠다는 건, 코 앞 제 밥그릇 챙기는 정략이지만, ‘도토리’를 키우는 전략은 10년 후 모두를 먹이는 백년대계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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