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우 단국대 교수 -

   
 
지난 달 말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약 800조가 넘는다. 가계 중에서, 소득 하위 20% 이하인 월간 소득 100만~200만원대의 저소득계층 중에 적자가구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62.0%다. 소득상위 20% 이상의 고소득층 적자가구비율도 10.6%에 이른다.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앞으로 시중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원리금 부담으로 연체가 되고 이것이 금융회사의 부실로 연결되면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미리 막겠다는 거다. 내용은, 대출을 크게 늘어나지 못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빌린 돈은 일시에 갚는 대신 시간을 나누어 상환하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이자는 변동 대신 고정으로 하여 시장금리상승으로 이자부담이 한꺼번에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금융회사의 부실을 막으며, 한편으로는 가계대출을 가능한대로 덜 늘리자는 의미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우리의 가계대출 수준은 그리 크지 않다. 개인이 처분 가능한 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 해말 기준으로 한국이 143%으로, 영국 161%, 호주 155%에 비하여는 낮은 편이나 미국의 128%에 비하면 높기는 하다.서울시가 무상 급식을 두고 주민투표를 할 모양이다. 서울시의회는 초등학생 저학년을 시작으로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에게 점심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 하여,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다. 점심을 거저 주겠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느냐고 하지만 그리 간단치 않은 일이다. 거기에 드는 비용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아닌 바에야 재원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회 쪽에서는4대강 사업에 드는 돈은 있는 데, 점심값 얼마를 국고로 보조하는데 예산이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아는 소치다. 특정 사업은 일회성이어서다음 해에는 더 이상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급식문제는 매년 돈이 들어가는 지속적인 사업이다. 급식재원은 다른 부문에서 예산을 전용하거나 아니면 세금을 다시 거둬야 한다. 예산 전용은 다른 부문을 희생하여야 한다.달리 방도가 없다면 세금을 더 거두어 들여야 한다.우리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지출비율은 3.6%다. 일본의 2.4%, 미국의 2.0%보다 높다. 세금은 함부로 늘릴 수도 없다. 무상급식을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핀란드와 노르웨이뿐이다.이들 나라의 1인당 GDP는 모두 우리 보다 두 배가 훨씬 넘는다. 미국이나 영국의 무상급식 비중도 각각 49.5%와 34.1% 수준이다. 잘사는 나라도 우리보다 전면적으로 점심을 공짜로 주는 경우는 드물다.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를골라하는 선별주의 식의 급식은 ‘눈치 밥’ 이어서 곤란하다고 하나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다는 사실을 가리거나 비밀로 하는 일 자체가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현실이나 사실을 기초하여 학교의 생활을 하게하고 교육하는 게 공정하기도 하거니와 사회의 정의다. 나는 무상급식 화두가 다른 색깔로 변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소득형편을 생각지도 않으면서 끝없이 돈이 드는 일을 인기 표 몰이로 끌고 가서는 곤란하다는얘기를 하려는 거다. 1950년대 중반까지도 선진국의 하나이던 아르헨티나는 47세부터 연금을 지급하는 등 인기를 쫓는 보편적 복지의 덫에 걸려 한없이 추락했다. 서양 속담에 공짜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고 한다. 오늘의 공짜는 언제인가 대가를 치르거나 요구를 내재(內在)한다는 얘기다.정부가 가계부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부동산담보대출비율(LTV)이나 대출금 연체비율, 상환상태 등을 보면 지금 당장 위기이거나 그 상태의 도래가 임박하게는 느껴지지 않는다.다만 그 대책이 위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에 걸친 서전적 경계경보의 수준이며, 장래의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면, 전면 무상급식은 현실의 주제를 모르면서 표를 찾아 나서는공짜점심 공세이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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