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소나타 4번 c-minor 1악장 라르고(largo)에서 죽은자를 위한 진혼곡이 애잔히 펼쳐져

4월 30일 LG아트센터에서 있었던 IMMORTAL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 연주회에서 정경화가 네팔 지진으로 희생당한 이들을 위해 추모하는 의미로 바흐 소나타 4번 c-minor 1악장 라르고(largo)를 연주하자 죽은자를 위한 진혼곡이 애잔히 펼쳐졌다.

천천히 흘러가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마치 아내를 사별한 바흐의 심정처럼 지진으로 죽어간 네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됐다. 이어 정경화는 두번째 앵콜곡으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로 익숙한 곡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느낌의 연주를 들려줬다.

▲ 30대의 불꽃 튀는 음악적 에너지나 예전의 호쾌한 보잉 대신 바이올린 여제로 불리던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가 immortal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IMMORTAL: 졍경화 불멸의 연주회 연주 장면. (J&C 코퍼레이션)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정경화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 무대는 5년전 2010년 5월에 있었던 찬란한 브리티시 사운드의 귀환이었던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와의 협연으로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Op. 77을 열연하던 기억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한동안 활동을 쉬다 다시 바이올린 연주를 재개하는 컴백 무대로 관심이 모아졌던 이날 연주회에서 정경화는 앵콜로 3악장을 다시 연주할 만큼 필하모니아와의 열띤 인상적 연주로 많은 클래식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정경화는 2011년 12월 연주인생의 3막을 여는 의미로 <She is Back>이란 타이틀로 바이올린 독주회를 열고 2013년 10월 <Beyond Expectation>이란 아시안 투어 바이올린 독주회,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연주회, 2014년 6월 "어린이, 미래 생명을 위한 헌정음악회 그래도 희망.."등 지속적으로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어왔지만 이번 IMMORTAL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을 통해 “정경화는 추억속으로 사라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전성기 시절부터 분투해온 그녀가 서있었다”는 일본 연주에 대한 평처럼 immortal 의미 그대로 사라지지 않은 불멸의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다.

물론 4월 28일과 30일 이틀에 걸친 무대를 통해 정경화가 30대의 불꽃 튀는 음악적 에너지를 보여줬다거나 예전의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이나 그리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3번에서의 호쾌한 보잉으로 마무리하던 과거의 젊음의 에너지를 볼 수 있었던 무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교와 음량은 쇠퇴했을지언정 반세기동안 한 악기만을 연주해온 바이올린 여제의 바이올린 연주가 immortal하게 불멸로 살아있는 것을 확인한 연주회였다고 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리라.

첫날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5번에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피아노 연주를 리드하는 듯한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의 완숙미는 더욱 농익는 연주를 들려주듯한 이튿날 연주에서 케너와 정경화는 더없이 화음이 어울렸다. 정경화 바이올린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은 베토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로서 정경화의 비루투오소로서의 모습이 건재함을 보여줬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교감에다 3악장에서 다이나믹하고 격정적 음악이 끊임없이 질주하다 장대하게 막을 내리는 것이 베토벤의 에너지 넘치는 바이올린 소나타의 정점인 점을 재확인케했다.

이번 이틀간에 걸친 IMMORTAL 정경화: 불멸의 바이올린 연주회를 통해 관객이 정경화에게서 향후 기대해야 할 것은 과거 바이올린의 마녀 이미지에서 떠올리게 되는 불꽃 튀는 음악적 에너지보다 사랑을 보듬듯 불멸의 바이올린 연주로 계속 살아남아 90살이 넘은 이브리 기틀리처럼 불멸의 건재함을 계속 보여주는 정경화가 불멸함을 보여주는 바이올린 연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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